이영우 배재대학교 아트앤웹툰학과 회화 교수

7월은 더위에 지치고 힘든 달이다. 올 여름은 또 얼마나 더워야 지나갈까? 싶다가도 어느 해보다 아름답게 피어나는 목백일홍을 보는 기쁨이 있으니 나쁜 것이 꼭 나쁘다 할 수 없고 좋다고 꼭 좋은 것만 아니라는 말이 새롭고 오히려 견뎌낼 때 도움이 되는 말이다.

무궁화와 함께 우리나라의 여름을 대표하는 꽃나무 중의 하나라는 목백일홍, 일명 배롱나무라고도 한다.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중부 이남에서만 자라며 충남 이남에서만 안전하게 겨울을 날 수 있다고 한다. 과거에는 선비들이나 유학자들이 서원, 향교에 심었고 절에서도 심었다.

개화기간이 길어서 백일 동안 꽃을 볼 수 있어서 백일홍이란 말이 있다 하니 더운 여름날에 꽃을 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갑자기 꽃의 예찬이 되었지만 지천이 녹음 져 있는데 간간히 백일홍을 보는 기쁨은 여름 나는데 도움이 되고 그 아름다움에 반해버렸다.

나는 어느 해 보다 바쁘고 분주하게 7월을 보내고 있는데 백일홍을 한 번씩 보면 위안이 되고 마음이 편안해 진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부터 준비해서 선보였던 개인 전시를 잘 마치고 연이어 부산 전시를 하고 있으니 마음도 몸도 바쁘고 지쳐있는 것이 사실이다. 마음의 쉼터가 되어주는 7월의 낙은 꽃의 구름 같은 목백일홍을 보는 것이다. 날이 더워서인지 올 여름 목백일홍은 더 아름답고 그 색은 더 매력적이다. 세상살이 어느 곳이나 가짜가 진짜를 압도하는 세상에 자연이 주는 진짜에 마음이 뺏기는 것은 생각 없이 바라볼 수만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자연은 말을 시키지 않는다. 그림처럼 말이다.

가짜는 화려하게 치장하고 거짓의 존재감을 앞세우지만 진짜는 점잖고 수수하게 있는 듯 없는 듯 세상에 존재한다. 나의 삶은 참이라 생각하고 살아왔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거짓된 모순의 삶도 많았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제부터라도 진심이 없는 가짜의 삶을 멀리해 가려고 애쓰고 낮은 마음으로 나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이 아침에 해 본다. 바라봐 주라고 하지 않는데도 바라보게 되는 목백일홍처럼 말이다.

꽃은 누군가와 함께할 때 더 예쁘지만 7월에 피는 목백일홍은 오히려 혼자서 바라볼 때 더 좋다. 목백일홍 만큼은 자체만으로도 예쁘다. 꽃이 핀 길을 이렇듯 마음을 달래며 사색을 잠시 하고 나면 큰 그림을 하는 큰 화가의 갈망이 생긴다. 언제 될런지(?) 좋은 화가가 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개인전을 그리 많이 했어도 전시장을 지키는 것은 익숙하지 않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고 내 그림을 바라봐 주는 관심에 이런저런 질문도 진정성이 없으면 안되기에 최선을 다해 답을 하다 보면 지칠 때가 있다. 서툰 삶이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지만 전시장에서 마음 한켠에는 걱정이 많다. 이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화가로서의 내공이 조금이나마 쌓이려나 보다, 8월에도 피어줄 목백일홍과 여름나기를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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