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하부 히포크레틴 신경세포 소실돼 발병… 높은 렘수면의 비정상적 발현
완치 불가능하지만 수면교육 받고 꾸준히 치료하면 정상적인 생활 가능해
낮 졸림 지나치게 많아 학교생활 어렵다면 반드시 신경과 수면전문의 방문

▲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신경과 양광익 교수.

[충청투데이 이재범 기자] A 씨는 최근 중3이 된 아들이 걱정이다.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무척 힘들고, 학교에서도 계속 졸려서 수업을 들을 수 없다고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혹시 아이가 체력이 떨어져서 학업량을 못 따라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던 A 씨. 주변에서 ‘수면장애’일 수 있으니 병원에 가보라는 권유에 아이와 함께 병원을 찾은 A 씨는 아들이 ‘기면병’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렘수면의 비정상 발현

기면병은 각성을 담당하는 시상하부의 히포크레틴(또는 오렉신)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생성하는 신경세포가 소실돼 발생한다. 주간 과다 졸림, 꿈 수면과 관련이 높은 렘수면의 비정상적인 발현을 특징으로 하는 만성 뇌신경질환이다. 원인으로 자가면역 가설이 제시되고 있으나 아직 정확한 병리기전은 불분명하다. 유병율은 낮고, 청소년기에 주로 발병한다.

◆학업부진으로 이어져

기면병을 앓는 청소년들은 ‘잠이 계속 와요’라고 반복적으로 호소한다. 졸린 증상과 함께 갑자기 화를 내거나 웃고 우는 행동을 보인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거나 잠이 드는 ‘탈력 발작’을 보일 수도 있다. 탈력 발작은 전체 환자 100명 중 8~9명이 겪는다. 과도한 낮 졸림은 결국 학업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면병은 우울과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예민하고 신경질적으로 보일 수 있으며 집중력 저하로 인해 주의력결핍장애(ADHD)로 오인할 수 있다.

◆무기력, 게으름으로 오인 많아

기면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과도한 낮 졸림, 탈력 발작(웃거나 화냄, 놀람과 같은 강한 감정 변화가 있을 때 순간적으로 근육의 힘이 빠지는 것) 수면 마비(가위눌림), 잠이 들 때 경험하는 입면환각, 야간 수면 방해 등이다. 이 증상들은 한꺼번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한두 가지만 보이는 경우가 많고, 오랜 시간 점차적으로 진행하기도 한다. 특히 청소년기는 과도한 낮 졸림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은데 무기력, 게으름 등으로 여겨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증상에 따라 맞춤치료

기면병은 완치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수면교육도 받고, 꾸준히 치료하면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카페인 등 처방 없이 구매 가능한 약물은 기면병 치료에 효과가 없다. 기면병 치료약물은 증상에 따라 다르게 처방된다. 즉,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대표 증상인 주간 과다 졸림과 탈력 발작에 대해 처방되는 약물은 다르다.

◆수면 전문의 도움 필요

기면병은 대부분 청소년기에 발병하지만 진단은 20~30대에서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과도한 낮 졸림을 게으름, 나태함으로 여겨 방치하거나 야간 수면부족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에 필요한 하루 수면시간은 8~9시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학원 수강 및 과도한 학업량, 그 외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야간 수면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또 이 시기는 ‘올빼미형’이라 불리는 지연 수면-각성 일주기 리듬 장애가 많기 때문에 학교 및 주간 생활 수행에 졸림 과다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순천향대 천안병원 신경과 양광익 교수는 "낮 졸림이 지나치게 많아 학교생활이 어려운 경우라면 반드시 신경과 수면전문의를 통해 수면다원검사 및 다중 수면잠복기 검사를 통해 기면병과 기타 수면장애를 감별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신경과 양광익 교수

천안=이재범 기자 news78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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