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연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장

코로나 발생 이전에 매년 한 두 차례는 중국 여행을 다녀올 만큼 ‘친중인사’로서 해외의 다양한 소식을 전해주는 프로그램에는 관심이 많다. 최근에는 중국 여행이 언제쯤 가능할지 애타게 소식을 기다리면서 평소 즐겨보는 대한민국 공영방송의 프로그램을 시청하다 눈이 번쩍 뜨이는 소식이 있었다. 그런데 이날 듣게 된 소식은 실망을 넘어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진행자왈, "중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 또다시 고강도 봉쇄…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베이징을 연결해… 현재 중국의 코로나19 상황부터 알려주시죠, 어떻습니까?".

알다시피, 우리나라에도 오미크론의 하위 변이인 BA.5가 새롭게 등장해 4차 백신 접종 예약을 서두르고 있으니 중국의 코로나 확진자 증가 소식은 올해도 중국 여행은 불가능하다는 선고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 특파원으로부터 늘어나고 있는 중국 코로나 확진자에 대한 설명을 들어보자. "네 , 상하이와 광둥성, 광시성 등지에서 감염자가 산발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불행히도, 중국 코로나 확진자 수에 대한 멘트의 전부다. ‘확진자가 늘어 고강도 봉쇄가 우려된다는데’ 얼마나 늘고 있는지는 왜 전해주지 않는 걸까?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을 찾았다. 전 세계의 코로나 관련 신규 확진자 및 사망자 수를 알려주는 OWD에 의하면, 방송일인 7월 16일 대한민국 확진자수는 4만 342명이었다. 중국 대륙은 과연, 놀랍다, 547명.

통계학은 사회 현상을 통계, 즉 수량적 정보에 의하여 연구하는 학문으로 불확정성에 대한 논리를 부여하는 특징이 있다. 위 공영방송 진행자의 주장을 시청자가 신뢰하는 이유는 ‘다시 늘어났다’는 통계를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중국 코로나 확진자 수는 4월 13일 3만여명에서 일평균 수백 명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공영방송은 수량적 정보를 언급함으로써 시청자의 생각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고자 한 것이고, 그 방향은 불행히도 특정 국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강화하는 것이라는 점이 당황하게 했다.

지난 주말 직접 겪은 위 사례가 디지털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능력의 하나로 최근 주목받고 있는 ‘데이터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웅변해준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재는 디지털 기반의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일상활동이 작동하며 가치 판단되는 시대로, 이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국가든 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하는 사람으로 나뉘는 시대이다. 피할 수 없는 데이터의 홍수 속에 살아가야 하는 인공지능(AI) 시대가 현재의 다른 이름이다. 따라서 이런 시대에서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하고 분석하는 능력과 아울러 데이터를 기획하고 시각화할 수 있는 능력이 경쟁력이 된다.

사실 데이터리터러시와 관련하여 가장 필요한 분야는 ‘정치권’이다.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율부터 정부정책에 대한 찬반여론까지 정파적 이익에 따라 통계를 남용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의도를 감춘 질문의 설계부터, 대중이 답할 수 없는 전문적인 영역에까지 들이 되는 찬반나누기 등은 그 자체로 문제이지만 그것을 따지는 대중과 전문가는 드물다. 디지털미디어시대는 모든 것에 비판적 질문이 필요한 시대인가, 공영방송에게 왠지 속은 것 같아 허탈하게 자문하는 여름의 휴일 밤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