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충청투데이 공동캠페인-충남형 학교공간혁신 감성 꿈틀사업] 건양대 병설 건양중
3학년 학생들 참여 설계 수업 진행해
브레인스토밍부터 2D 도면까지 직접
다정다감 도서관 스터디룸·보드벽 배치
향후 마을 교육문화시설로도 활용 계획
상상이룸 공작실 자유학년제 내실화
상상바다 강의·실험·실습·체험 모두 가능
연극·댄스 등 멀티공간 예술창작실도

▲ 건양대학교병설건양중학교의 다정다감 도서관. 충남교육청 제공
▲ 건양대학교병설건양중학교의 강의식 수업 공간 ‘상상바다’. 충남교육청 제공
▲ 건양대학교병설건양중학교의 ‘예술 창작실’. 충남교육청 제공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학교공간혁신은 미래교육에 대응한 교육 환경을 구축하고, 기존에 분절적으로 이뤄지던 학교 시설 공사를 교실 또는 영역 단위로 통합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또 학생이 직접 학교공간 설계 작업에 참여하는 과정을 통해 민주적 의사소통 및 의사결정 역량을 향상하는 교육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충남교육청은 ‘감성꿈틀’이란 이름으로 학교공간혁신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2019~2022년 4년간 100개 학교에 480억원의 예산이 지원됐다. 지난해엔 33개교가 영역단위 감성꿈틀 사업 대상에 선정돼 탈바꿈을 마치고 올해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 환경으로 학생을 맞이하고 있다. 충청투데이는 그중 14개교를 선정해 충남에서 학교공간혁신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공간혁신으로 미래교육에 대비하다

건양대학교병설건양중학교(이하 건양중)는 논산시 양촌면에 있는 사립 중학교로 1980년에 개교했다. 2009년 교과교실제 운영학교로 선정돼 학교 교실을 과목별 특성에 맞는 교과 전용 교실로 사용해왔다. 그러나 학령인구 감소로 학급수가 감소하고 미래교육에 대비한 중장기 로드맵을 계획하며 충남형 학교공간혁신사업인 감성꿈틀에 지원했다.

건양중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다양한 IT 기기를 활용할 수 있고 학생 주도 활동이 가능한 미래형 스마트 교실(디지털 교실)을 구축하는 데 필요성을 느꼈다. 또 책만 빌리는 도서관, 책상과 의자만 있는 교실 등 정형화되고 획일적인 공간이 아닌 여러 복합 기능을 갖춰 융합 수업이 가능한 러닝센터를 조성하기를 바랐다. 마지막으로 기존에 마련해 놓은 락커룸, 특별실 등 공간이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용되지 못하는 것을 보며, 유휴 교실을 학습과 쉼의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나아가 마을 공동체와 함께하는 창의적 예술·문화·교육 환경으로 재구조화하고자 했다.

◆새로운 학습 공간에 대한 건양 공동체의 관심

건양중학교는 지난해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3차에 걸친 사용자 참여 설계 수업을 실시했다. 수업에 앞서 교사와 학생회 임원이 함께 선진학교를 견학하고 공간혁신사업에 대한 워크숍도 진행했다. 1차시 수업에서는 건양중의 공간혁신 방향을 소개하고 브레인스토밍을 거쳐 학생들이 서로 만들기 원하는 학교에 대한 구상을 나눴다. 공간을 구체화하고 필요한 기자재 등을 의논하기도 했다. 2차시 수업은 1차시 수업의 결과물을 바탕으로 실제 학교의 유휴 공간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학생의 의견을 반영한 새로운 공간의 모습을 스케치하고 우수작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예술창작실에 폴딩도어를 설치해 공간을 다양하게 활용하고 싶어요’, ‘도서관에 해먹을 설치해 편안하게 책을 보고 싶어요’ 등 학생들이 학교 공간에 바라는 점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3차시 수업에서는 변화될 학교 공간을 2D 도면으로 만들어 지금까지 학생들이 구상한 아이디어를 입체화하는 작업을 했다. 이로 인해 창의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설계에 반영 가능한 요구사항을 선별해낼 수 있었다.

교사도 전문적 교수학습공동체 모임의 날인 숨데이를 활용해 교과별로 새로운 공간에서 이뤄질 수 있는 수업, 행사, 한마당, 축제 등을 계획하고 공간에 필요한 기자재나 물품을 정리해하며 설계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이에 영어 교과의 경우 듣기·말하기 수업에서 학생이 영어 스피치 활동에 사용할 마이크와 음향기기를 야외 학습 공간에 설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수렴할 수 있었다.

◆‘공간’이 바뀌면 ‘수업’이 바뀐다

기존 중학교 건물과 고등학교 건물에 각각 위치했던 도서관은 교실 한 칸 정도의 크기로, 책을 보관하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그러나 학교공간혁신으로 재탄생한 ‘다정다감 도서관’은 ‘배움과 열정으로 함께 성장하는 행복한 학교’라는 학교 비전을 실현하며 지식종합센터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융합 수업 주간 여러 교과의 교사들이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는데, 도서관은 학생들이 필요한 서적과 오디오북, 전자책 등에 자유롭게 접근하는 곳으로 활용되고 있다. 또 방음 장치를 완비한 스터디룸과 보드형 벽면에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등 활발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도록 조성했다. 건양중은 추후 도서관을 건양 문화살롱, 외부 강사 아카데미, 양촌 주민과 함께 하는 영화의 날 등 마을 공동체와 함께 누리는 교육문화시설로도 사용할 계획이다.

‘상상이룸 공작실’은 꿈과 끼를 찾는 자유학년제의 내실화를 위한 공간의 필요성을 반영해 탄생했다. 건양중은 상상이룸 공작실을 교실 3칸 규모의 넓고 쾌적한 공간으로 재구성했다. 이곳에서 학생들은 머릿속 아이디어를 직접 실험, 체험, 실습하며 꿈을 현실화할 수 있다. 투명한 유리벽으로 분리된 공간에는 3D프린터를 설치해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컴퓨터로 작업하고 실물로 직접 구현해낼 수 있게 했다. 이 외에도 멀티미디어를 갖춘 다목적 공간이기에 드론, 아두이노, 코딩, VR체험, 바리스타 교육·실습, 베이킹 클래스 등 다양한 진로 체험 프로그램과 DIY 러닝 교실로도 활용되고 있는 상상이룸 공작실이다.

다목적 공간뿐만 아니라 필수지식을 가르칠 수 있는 강의실 형태의 교실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마련된 ‘상상바다’는 강의식 수업과 실험, 실습, 체험식 수업이 모두 가능하도록 재구성한 공간이다. 온라인 수업 스튜디오도 겸비해 다양한 자료와 기기를 활용해 온라인 수업 영상을 제작하고 편집할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건양중은 공간의 목적에 맞게 가변형 벽, 판서보드, 유리형의 폴딩도어, 흡음재가 부탁된 폴딩도어 등을 활용해 유연하고 개방적인 공간연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예술 창작실’은 기존의 미술실로 사용되던 컨테이너형 건물이 있던 자리에 조성한 공간이다. 벽면 한쪽이 폴딩도어로 이뤄줘 외부와 개방된 느낌을 풍기는 공간이며, 추후 조성될 햇살마루와 이어져 다양한 특색을 갖는 공간으로의 변화가 기대되는 곳이다. 기존에는 미술 교과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교과 융합 수업은 물론, 연극, 뮤지컬, 댄스 등의 수업도 가능한 멀티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필요한 수업 기자재 또한 이동식 소파, 접이식 탁구대 등으로 구성해 여유 공간을 활용한 수업 운영이 가능하며 학생들이 휴식할 수 있는 공간으로도 기능하고 있다.

◆모두가 함께 하는 미래형 교실

학교공간혁신 사업으로 공간이 통합되며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공간을 공유하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지만, 온라인 교실 예약 링크를 활용해 서로 수업이 겹치지 않으며 공간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공간뿐 아니라 도서관의 장서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도 학생들이 독서 분야의 폭을 넓히는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양중은 병설 중·고등학교라는 특징을 살려 ‘통합 학교공간혁신 추진 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재구조화된 공간으로 중학생과 고등학생이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을 적극적으로 살리고 캠퍼스형 학교를 구축하고자 한다. 이에 중학교 건물과 바로 옆에 있는 고등학교 건물을 연결해 궁극적으로 고교학점제에 적합한 미래형 교실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양중학교는 앞으로 40년 이상 된 노후학교 건물을 미래형 학교로 바꾸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2.0’ 사업에 지원할 예정이다. 소규모 농촌학교라는 지리적 특성으로 양질의 문화를 누리기 어렵다는 한계를 뛰어넘어 학생, 교사, 지역사회의 모든 교육공동체가 공존하는 꿈이 있는 미래학교로의 도약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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