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남도교육감

기획재정부는 지난 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교부금 중 교육세를 (가칭)고등·평생교육 지원 특별회계를 신설해 본예산 3.6조원을 대학교육과 평생교육에 교부하겠다고 밝혔다. 학령인구가 줄기 때문에 교부금을 축소하고, 유·초·중·고 교육재정의 일부를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에 나누겠다는 것이다. 재원은 그대로인데 교부금 활용 대상을 확대한다는 의미다.

교부금은 공교육을 강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담긴 예산이면서 미래 세대에 대한 정부의 지원을 보여주는 지표로 볼 수 있다. 기존 내국세의 20.79%와 교육세 일부로 구성되며, 유·초·중·고 교육에 편성해 교육재정으로 쓰이고 있다.

문제는 교부금이 교육활동에 꼭 들어가야 하는 기본경비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교육재정 지출 구조 특성을 보면 인건비, 전출금 등 고정경비 지출이 높기에 실제 유·초·중·고 교육에 사용하는 가용재원은 비중이 낮다. 충남의 경우 교부금은 인건비 50%, 학교(기관)운영비 21%, 교육복지 및 급식지원 8%, 예비비 및 기타 1%로 충남교육청 총 예산의 80%에 달한다.

기획재정부는 2년 연속 세수 추계를 잘못 산정해 시도교육청은 갑작스러운 대규모 추경으로 예산 소진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계획에 없던 예산은 계획에 없던 사업이나 활동을 하게 되고 이는 고스란히 학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이렇듯 재정 당국의 잘못된 세수 추계 오류가 교부금 개편의 명분이 돼 버렸다. 이는 잘못된 것이다. 더군다나 일시적으로 증액된 교부금은 최근 경기 침체로 인해 앞으로 세수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등교육 재정을 유·초·중·고 재정에서 확보하겠다’는 것은 정작 ‘우물가에 가서 숭늉을 찾는 격’이다. 맹자는 연목구어(緣木求魚), 즉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 했다. 어떠한 일을 추진할 때 그에 상응하는 필요충분조건이 선결되지 않으면 끝내 그 일을 이룰 수 없다는 말이다. 고등교육과 평생교육에 필요한 재원은 별도로 마련하면 된다.

단순히 학생 수가 줄어드니 교부금을 줄여야 한다는 건 단순한 경제논리이다. 교육은 미래지향적인 관점에서 이해돼야 한다. 충남 보령시 작은 섬마을 녹도에 있는 녹도 분교는 2006년 폐교한다. 폐교 11년 만에 단 한 명의 아이가 쓴 편지는 학교를 살리는 기적이 됐다. 학생 1명을 위해 학교를 다시 연다는 것은 엄청난 재정 지출이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교육은 단 한 명의 아이라도 사회에 필요한 건강한 시민으로 키워낼 의무가 있다. 단 한 명의 아이로 시작한 녹도 분교는 이제 유치원생 4명을 포함해 전교생이 8명이나 됐다. 학교는 녹도의 지역 사회에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이어 고대도 주민들도 초등학교 2학년 학생 1명을 위해 학습장을 만들었다. 지역의 소멸 위기를 단 한 명의 학생이 지켜낸 것이다.

정부와 기획재정부의 이번 교부금 개편 논리에 따르면 녹도학습장이나 고대도 학습장은 이미 폐교되어 사라졌어야 한다. 교육재정은 단순히 학생 수로 계산되는 것이 아니라 학급과 학교, 교원에 따라 결정되며 가장 중요한 교육적 의미가 반드시 내포돼야 한다. 그게 바로 교육재정이다.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교부금이 바로 교육적 의미가 담긴 교육재정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획재정부는 교부금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17개 시도교육감을 비롯한 교육전문가와 다시금 대화와 논의를 해야 한다. 그리고 잘못을 바로 잡아야 한다. 이는 백년대계 교육을 위한 것이며, 미래교육의 첫 단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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