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희 법률사무소 제이 대표변호사·국제디지털자산위원회 자문위원

비플(BEEPLE)의 작품 ‘EVERYDAYS:THE FIRST 5000 DAYS’가 800억원에 낙찰됐다는 소식으로 시작된 NFT 붐은 작년 한 해 전 세계를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7월 현재, 언제 그랬냐는 듯 NFT에 대한 관심은 시큰둥하다.

그 원인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과 가상자산 시장의 급락을 꼽지만 그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다른 자산들에 비해 반응세가 지나치다. 이러한 현상이 초래된 이유 중 하나는 NFT를 투자 도구로만 몰두했던 경향 때문이다. 미디어도 기업도 NFT가 구현해낼 수 있는 기능이나 가능성에 대한 연구는 제쳐두고 오로지 수익성 홍보에만 열을 올렸다. 대중들에게 일확천금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될 뿐이었다. 미술시장도 마찬가지다. 작품을 오랫동안 소유하고 감상하기 위한 구매가 아닌 재판매를 통한 수익 목적이 대부분이었다. NFT 자체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구매가 아니다 보니 경제상황 등 외적 환경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

두 번째 이유는 NFT에 대한 몰이해다. NFT 구매로 얻는 것은 디지털 파일이다. 그러나 민법상 ‘소유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유체물에 한하기 때문에 무체물은 소유권 개념을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NFT 플랫폼에서 소유권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홍보해도 이는 플랫폼이 새롭게 만들어낸 권리다. 구매자들은 어떤 권리를 취득하는 것인지 플랫폼 약관을 통해 확인해야 하지만 제대로 된 이해 없이 NFT를 구매해왔다. 이러한 몰이해는 거래 안전을 해칠 수밖에 없고, 시장은 불안정성을 안고 몸집만 불려갔다. 또 하나의 이유는 끊임없는 저작권 침해 논쟁이다. 누구나 손쉽게 발행할 수 있다는 이유로 원작자 동의를 받지 않은 ‘페이크민팅’이 넘쳐났다. 유명 작가의 허락을 받지 않은 NFT가 판매되려다 유족 항의로 무산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NFT는 복제품 중에서도 ‘원본’을 증명할 수 있다는 특징을 내세워 인기를 얻었지만 역설적으로 ‘짝퉁’이 손쉽게 거래되는 시장이 돼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NFT를 마냥 비관적으로 보는 것은 금물이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고유한 메타데이터를 갖게 되고, 변조가 불가능해 거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수단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기존 법 체계에서 등기·등록이 되지 않는 자산의 증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기술이 기존 법 제도의 사각지대를 메워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NFT 시장이 열리고 현행 저작권법에서 보호하지 않던 작가들이 추급권을 보장받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미술작품이 재판매될 때마다 작가에게 일정 부분 수익을 지급하는 추급권 제도는 국내에선 오랜 과제였지만 미술품 유통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도입되지 못했다.

그러나 NFT는 거래 이력이 추적 가능할 뿐만 아니라, 재판매될 때마다 작가에게 일정 부분 수익을 자동으로 지급하게 하는 것도 가능하다. 법 개정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기술이 먼저 작가들에게 추급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앞으로는 미술 분야를 넘어서 무한하게 확대될 수 있다고 본다. 갑자기 일어난 붐에 한계가 존재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여전히 NFT가 지닌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 이제는 잠재력을 투자 대상으로 이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혁신의 열쇠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할 때다. 더불어 거래 안전과 구매자 보호를 위해 플랫폼의 의무를 법·제도적으로 강화하는 등 NFT를 우리 사회가 신뢰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