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훈 충남연구원장

충남도 민선 8기의 비전, 전략 및 핵심 과제들이 발표되고 도지사의 1호 결재가 이뤄졌다. 공표된 1호 사업은 ‘베이 밸리 메가시티’ 건설계획이다. 아산만을 중심으로 천안·아산·당진 등 충남의 북부권과 평택·화성·오산·안성 등 경기 남부권을 함께 아우르는 메가시티를 건설하겠다는 프로젝트이다. 8기 충남도정의 확고한 의지가 읽힌다. 아산만 일대를 반도체, 디스플레이, 수소경제 등 4차 산업을 선도하는 한국의 경제발전 거점으로 육성하고 기업 유치 및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지역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다. 이 지역의 인구만 해도 330만 명, 기업체 수 23만 개, 그리고 지역 총생산(GRDP) 규모도 204조 원에 이르며 대학도 34개가 있다고 한다. 도계를 넘어 인접 도시 간에 기능을 분담해 네트워크 체계를 구축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산업생태계를 갖출 수 있다. 가까이 있으면서도 행정구역 때문에 서로 다른 구상을 한다면 이는 비효율을 그냥 바라만 보는 것이다. ‘베이 밸리 메가시티’ 계획은 그러한 점에서 지역의 상생 발전은 물론 국가의 새로운 성장지대로 발돋움할 수 있는 충분하고도 필요한 근거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베이 밸리 메가시티’ 구상은 경기도와의 협력이 상당한 관건이 될 전망이다. 베이(bay)는 아산만을 말하지만, 아산을 쓰지 않은 것은 경기도와의 상생 및 협업을 상징한다. 그리고 밸리라는 단어는 실리콘 밸리의 성공 신화를 닮겠다는 꿈과 비전을 내포하고 있다. 실리콘은 반도체 칩의 원료가 되는 규소를 말한다. 실리콘 밸리는 1970년대 한 언론인에 의해 만들어진 이름으로 미국 서부 ‘산타클라라 밸리’라 불리는 지리적 환경에서 성장을 이뤄 온 컴퓨터와 IT 관련 산업 때문에 그렇게 불린다.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실험정신, 도전, 창업, 벤처 투자, 혁신 그리고 첨단산업 클러스터라는 의미의 대명사로 많이 쓰인다. 베이 밸리와 실리콘 밸리는 지리적 여건도 상당히 유사하다. 실리콘 밸리는 샌프란시스코만(bay)의 남부권을 따라 산호세로부터 샌프란시스코에 이르기까지 형성된 IT 산업군이 밀집한 집적 지역을 말한다. 아산만과 비교하면 천안 아산에서 당진에 이르는 모습과 비슷하다. 그리고 실리콘 밸리는 북쪽 지역까지도 확장됐는데 평택 화성 안산으로 이어지는 지형과 비교된다.

실리콘 밸리의 성공 신화는 ‘차고 창업’(garage start-up)으로 상징된다. 애플, 구글, 인텔, 야후, 넷플릭스, 트위터 등 이곳에 본사를 두고 있는 거대 IT 기업들의 시작은 그저 도전과 실험의 정신이었다. ‘차고 창업’의 원조는 1938년 창업한 ‘휴렛패커드’이다. 이 차고는 ‘실리콘 밸리의 탄생지’로 캘리포니아주에 의해 사적지로 지정돼 있다. 1976년 애플도 차고에서 창업했는데 45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시총 1위 기업이 됐다. 금년도 시작과 함께 시총이 3조 달러(약 3600조 원)를 돌파했다. 실리콘 밸리가 첨단산업의 대명사가 되기까지 ‘창업의 천국’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수많은 벤처기업의 창업과 도전 그리고 실패 등이 있었다. 실리콘 밸리의 성공 뒤에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 지역 내 훌륭한 인적 자원 그리고 투자 환경 등이 큰 영향을 미쳤다. 유명 벤처캐피털이 이곳에 많이 모여있는 점도 창업의 좋은 생태계이다.

베이 밸리 구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의 전폭적인 지원 그리고 대기업 유치 등이 매우 절실할 것이다. 그러나 선순환 구조의 산업생태계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활발한 민간 분야의 창업과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 창의와 도전이 활성화되는 환경 조성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규제 완화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할 기회 덕에 혁신이 창출되는 실리콘 밸리에서는 미국 창업 투자의 1/3 이상이 이뤄진다고 한다. 실험과 도전 그리고 창업을 장려하는 투자 문화도 만들어져야 한다. 보육 개념인 인큐베이팅(incubating)과 그 이후의 도약을 돕는 엑셀러레이팅(accelerating)과 같이 창업을 장려하는 제도와 인프라가 구축되면 좋을 것이다. 경기도와의 협력, 규제 완화 그리고 투자 생태계 조성, 그리고 지역의 지식 생태계를 활용하는 네트워크 구축 등이 핵심이다. ‘베이 밸리 메가시티’ 프로젝트가 실리콘 밸리처럼 성공 신화를 써나가면서 대한민국을 다시 뛰게 만드는 새로운 심장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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