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9월 개원 피부병·뱀독 등 다양한 환자 치료
전쟁 이후 열악했던 의료환경속 주민 건강증진 기여
1990년 폐원… 32년 만에 주민 소통공간으로 변신

▲6·25전쟁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천주교 청주교구 증평성당 ‘메리놀 의원’이 26일 시약소 부활 개소식을 열었다. 사제 등이 현판 제막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정기 기자
▲6·25전쟁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천주교 청주교구 증평성당 ‘메리놀 의원’이 26일 시약소 부활 개소식을 열었다. 사제 등이 현판 제막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정기 기자

[충청투데이 김정기 기자] 6·25전쟁의 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천주교 청주교구 증평성당 ‘메리놀 의원’이 26일 시약소 부활 개소식을 열었다.

과거 전통을 현대적 의미로 계승 부활시켜 역사적 가치를 공유하고 소통 공간으로 활용해 지역사회에 메리놀 정신을 함께 나누고자 새롭게 변신을 꾀한 것이다.

메리놀 의원은 메리놀외방전교회 한국지부장 이태준 신부가 메리놀수녀회에 의료 선교를 요청해 1956년 9월 개원했다. 수녀 의사 1명과 간호사 수녀 2명이 장날인 12월 1일 진료를 시작했다.

1957년 2월 내과, 산부인과, 소아과로 본격적인 의료 선교를 펼치면서 외래 일일 진료를 했다.

▲손수레를 타고 메리놀 의원으로 들어오는 환자를 의사 수녀가 살펴보고 있다. 증평성당 제공
▲손수레를 타고 메리놀 의원으로 들어오는 환자를 의사 수녀가 살펴보고 있다. 증평성당 제공

주민들은 새벽부터 줄을 서기 시작했고 그 줄은 증평지서까지 500m나 됐다. 손수레를 타고 오는 사람, 길바닥에 누운 사람, 뱀에 물려 독이 퍼진 사람, 기타 악성 피부병에 걸린 이들로 북적였다.

증평뿐만 아니라 괴산·진천·음성·주덕·미원·오송·오창·부강·청주·신탄진 등에서 환자가 찾아왔다. 특히 뱀독 치료로 유명해 제주도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왔다.

이후 1976년 증평수녀의원으로 명칭이 바뀌고 국민건강 책임이 정부의 권한이 되면서 1987년 폐업이 결정됐다. 이후 3년간 더 운영하다 1990년 8월 31일 문을 닫았다.

이처럼 메리놀 의원은 1956년~1990년 한강 이남 중부 북부 지역민을 치료해주고 돌봐준 보기 드문 의료선교사업의 근대 문화유산으로 남아있다.

메리놀수녀회가 설립한 의료기관은 부산과 증평 두 지역뿐이다. 특히 부산의 메리놀 의원은 부산지역 최초 가톨릭 의료기관이다.

▲옛 메리놀 의원 건물 모습. 증평성당 제공
▲옛 메리놀 의원 건물 모습. 증평성당 제공

메리놀 의원 건물은 2015년 성당을 새로 지을 때 철거해 현재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건물은 사라졌지만, 진료·치료·시약(약을 나눠 줌)을 한 ‘시약소’가 성당 정문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다.

증평성당은 이날 부활 개소식을 통해 시약소 건물을 주민에게 제공하기로 했다. 또 시민단체나 공공기관 공적·사적 모임 장소로 활용토록 한다.

▲새로 제작해 부착한 현판 모습. 김정기 기자
▲새로 제작해 부착한 현판 모습. 김정기 기자

아울러 한 신자가 소중히 간직했던 석재 현판의 파손된 ‘메리’ 앞 두 글자를 새로 제작·부착하고 옆에는 안내판도 세웠다.

이날 개소식에는 증평성당 이길두 요셉 주임신부와 아버지 신부인 함제도 제라르도 신부, 청주교구 곽동철 사도요한 신부, 정충일 안토니오 신부, 서정혁 프란치스코 신부, 이범현 토마스 신부, 불교공뉴스·TV 대표 혜철 스님, 이재영 증평군수 당선인, 유명호 전 증평군수, 최명호 군의원, 신자, 주민 500여 명이 참석해 메리놀 의원의 부활을 함께했다. 

개소식 후에는 성당 앞마당에 뷔페 오찬을 마련, 주민들에게 대접하기도 했다.

증평성당 평협회 이문재 부회장은 “종교가 사회와 지역민과 어떻게 소통하고, 함께해야 하며 동반자가 돼야 하는지 좋은 방향성을 선구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예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개소식에 앞서 성당은 사제 서품 25주년을 맞은 이길두 신부의 은경축 감사 미사를 열어 교우들의 마음을 모아 축하했다. 이 신부는 1997년 6월 30일 사제 서품을 받았다.

증평=김정기 기자 jay0004@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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