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옥배 공주문화재단 대표·공주문예회관 관장

도시를 변화 발전시키는 요인은 다양하다. 문화도 도시를 변화 혁신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이론에 근거한 정책이 문화도시조성사업이고, 이는 1980년대 유럽에서 출발한 것이다.

문화가 도시를 변화 혁신하지만, 문화영역에서도 그 방식과 요인은 다양하다. 지자체에 의해 정책적으로 예산투입과 사업을 통해 관 주도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고, 시민에 의해 자발적으로 문화적 행동이 시작되어 도시변화운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현재의 문화도시조성은 관에서 예산을 투입한다해도 사업 구성과 추진방식은 민관협치의 방식으로 이루어지기에 관 주도라는 것은 관의 예산이 투입된다는 정도의 의미로만 이해해야 할 것이다.

시민의 자발적 문화행동에 의해 도시변화가 이루어지는 경우에도 특정 도시구성원 그룹의 문화적 취향이 도시 전체로 확장되면서 도시의 문화적 개성을 드러내는 요인이 되고, 도시의 문화적 트렌드로 자리잡게 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즉 도시의 특정그룹의 문화적 취향이 도시를 변화시키기도 한다. 세계적 패션도시인 이태리 밀라노의 신발산업이 그러하다.

밀라노는 패션의 도시 이전에 신발산업의 도시이다. 통계에 의하면, 이태리의 수출 품목중 패션 관련 품목은 신발류가 1위에 올라있다. 의류, 가방 등의 패션류가 신발산업에 선두를 내어준다. 이는 밀라노에서 두드러진다. 밀라노에서는 매년 밀라노국제신발박람회 ‘미캄’(MICAM)이 개최된다. 밀라노에서 매년 두 번씩 개최하는 국제신발박람회로, 45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패션 중심지인 밀라노에서 개최되는 세계 4개 패션위크(패션축제)중의 하나인 ‘밀라노패션위크’(Milan Fashion Week)보다 미캄이 위상과 규모에서 능가한다. 그만큼 밀라노의 중심은 신발산업이다.

미캄은 유명 브랜드부터 소규모 장인의 브랜드까지 모두가 한자리에 모인다. 그런데 미캄의 진짜 스토리는 유명 브랜드가 아닌 작은 장인 제작자에 있다. 이태리 구두산업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대규모 브랜드가 아닌 가족 소유의 장인구두 브랜드들이다. 이태리에는 5000여 개의 회사가 있다고 한다. 그중 90% 정도는 가족 소유의 소규모 장인사업체다. 이는 이태리 구두산업(패션산업)의 위상이 ‘메이드 인 이태리’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데 밀라노의 신발산업의 시작은 밀라노 특정그룹의 문화적 취향에서 시작되었다. 도시의 신발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신발을 신어보고 품평한데서 출발했다. 이에 신발장인들은 품평에 따른 신발 제작을 위해 개성있는 신발을 만들기 시작했고, 이는 개성있는 신발의 수효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생산자인 신발장인들이 소비자 수효에 대응한 개성있는 신발을 제작하면서 밀라노의 신발산업이 발전하게 된 것이다. 곧 밀라노는 신발산업의 메카가 되었고, 도시의 색깔이 되었다.

사회내 특정그룹의 문화적 취향은 그 자체로 끝날 수도 있지만, 사회적 요인과 영향적 관계를 가질 경우 사회를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가올 도시의 문화적 트렌드의 방향을 읽으려는 다양한 분야의 기획자들이 사회의 다양한 그룹과 계층의 문화적 취향의 변화를 읽으려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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