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치솟는 기름값… 시름 늘어가는 어업인들
어업 전용 면세유 드럼당 25만9200원… 전년 평균比 2.15배↑
한달 100드럼 가량 쓰면 월 1000만원 이상 지출 늘어 ‘부담’
낚시어선도 피해 커… "금어기 7월 멸치만이라도 어업 허용을"

▲ 보령 오천항 선착장 백금식(74) 씨의 어선. 백 씨는 20일 새벽 조업을 끝으로 50년간 해온 어업을 그만두기로 했다. 고기는 날이 갈수록 잡히지 않고 기름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어업을 이을 수 없다는 것이 백 씨의 설명이다. 사진=김중곤 기자
▲ 보령 대천항에서 통발 수십여척이 정박해 있다. 어민들은 평소라면 통발을 타고 나가 꽃게를 잡아야 하지만, 올해는 꽃게 가격이 하락했고 기름값은 폭등해 일찌감치 어업을 접었다고 말한다. 사진=김중곤 기자

[충청투데이 김중곤 기자] "코로나19 이후 인건비는 오르고 수산물 가격은 내려 힘든데 이젠 기름값까지 치솟았다. 대천항에서 배를 팔겠다고 내놓은 사람만 셋이다. 마이너스 잔고를 보면 나도 팔아야 하나 막막하다."

20일 보령 대천항에서 만난 박상우(53) 서해근해안강망연합회장은 이같이 말하며 탄식했다.

한창 바다로 나가야 할 성어기이지만, N중고의 정점을 찍은 기름값 폭등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충남도에 따르면 이달 어업 전용 면세유의 드럼(200L)당 가격은 25만 9200원으로, 전년 평균인 12만 600원보다 2.15배 수직 상승했다. 근해어업을 위해 한 달에 100드럼가량 쓰는 박 회장의 경우 월 1000만원 이상 지출이 는 셈이다.

박 회장은 "기름값 부담에 이틀에 한 번 꼴로 출항하는 어선이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기름값 고공행진으로 인한 피해는 인근 오천항의 어민도 마찬가지였다. 오천항에서 만난 백금식(74) 씨는 20일 새벽 조업을 끝으로 50년 어부 인생을 마무리했다고 씁쓸함을 전했다.

백 씨는 "기름값이 이렇게까지 올랐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한 해가 다르게 어획량이 주는데 금값인 기름을 태워가며 고기를 잡을 이유가 있겠나"고 한탄했다.

오천항 내 어선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낚시어선의 피해도 심각하다. 구획어업과 낚시업을 병행하는 김희중(54) 씨는 낚시업 나름의 이중고에 배를 몰고 바다로 나가기 무섭다고 토로했다.

위드 코로나의 반대급부로 낚시 수요가 준 상황에서 기름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손해 보는 장사를 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김 씨는 "낚시를 한 번 나가면 2드럼 정도 쓴다"며 "드럼당 12만원일 땐 손님이 3명이어도 받았지만 25만원인 지금은 8명 밑으론 손해다"고 고개를 저었다.

기름값 폭등으로 어민의 피해가 가중되면서 정부는 지난달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6~10월 5개월간 어선용 유가(기준 드럼당 2만2000원) 상승분의 50%를 지원하기로 했다.

도는 이같은 지원으로 충남 내 어선 1척당 54만 9000원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어민들도 대체로 지원을 반기는 가운데, 한편으론 이미 2배 이상 급등한 가격에 피해가 상당하고 당장 다음달에도 유가 상승이 예고돼 지원 효과가 피부에 얼마나 와닿을지 의문이란 시선도 있다.

일부 어민들은 금어기인 오는 7월 한달간 멸치에 한해서라도 어업을 허용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박 회장은 "올해는 성어기에도 조업을 제대로 못해 금어기를 따질 여유가 못 된다"며 "비싼 잔멸치가 7월에 많이 나온다. 멸치에 한해서라도 금어기를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중곤 기자 kgony@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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