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회의원

국회 밖은 민생의 비명으로 가득하다. 우리나라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과 수출이 휘청거린다. 세계적인 공급망 마비, 코로나 여파, 화물연대 총파업 등으로 실물경제 서민경제 할 것 없이 위기 상황이다. 농촌은 50년 만의 가뭄으로 초상집 분위기다. 쩍쩍 갈라지는 논바닥처럼 농심(農心)도 찢기고 있다.

그런데 정작 민생을 살려야 할 국회는 어떤가? 경제위기 민생위기를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 제 밥그릇 챙기기에만 바쁘다. 민생을 다뤄야 할 상임위 구성은 온데간데없고, 국회 의장단은 공석이다. 국회가 올스톱 상태다. 그야말로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국회 원구성이 시급하다. 민생 외교 안보 등 초당적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 산적해 있다. 이를 외면하고 정쟁에만 매몰된다면 국회는 민심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 뻔하다.

민주당은 원구성에 대한 입장부터 밝혀야 한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다 가져갈 것인지, 둘 중 하나를 내놓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민주당이 당론으로 결정하면 국민의힘도 그것에 맞게 입장을 정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속도다. 민생을 제쳐두고 여야가 힘겨루기할 사안이 아니다.

지난해 7월 민주당은 ‘법사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맡는다’라고 합의문에 서명까지 했다. 그 약속을 지키면 간단히 해결될 일이다. 민주당은 대체 무엇이 두려워서 법사위원장에 집착하는가?

민주당은 개헌만 빼고 모든 것이 가능한 공룡 야당이다. 그런 힘 있는 야당이 국회 원구성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명분도 실리도 없는 법사위원장을 왜 그렇게 갖겠다는 것인지 의아하다. 약속대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주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민의힘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하고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이 됐다. 비록 거대 야당의 협조 없이는 법안 하나 제대로 처리하기 어려운 소수 여당이지만, 꼬일 대로 꼬인 정국을 풀어야 할 무한 책임이 있다.

입법 독주와 오만함으로 민심을 잃은 민주당은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절대권력이란 없다. 여야가 선거 결과로 큰 교훈을 얻었다.

국회의 본령은 대화와 타협, 견제와 균형이다.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분리하여 맡는 것은 오랜 시간 여야가 합의해 온 정치적 합의이자 국회 운영의 오랜 관례이다. 여야가 힘을 모아 민생을 살려야 한다. 치솟은 물가로 서민들의 삶은 더욱 궁핍해지고 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민주당은 막무가내식 힘자랑을 민생에도 적용해야 한다. 이럴 때 입법 폭주하듯이 거대 의석을 앞세워 민생을 위한 법안처리를 해야 한다. 나부터 앞장서서 동참하겠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딱 하나다. 국회는 민생에 집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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