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시종 충북지사
민선 5·6·7기 12년 도정운영 마무리
164만 도민과 함께 경제발전 일궈내
바이오 등 6대 신성장산업 집중 육성
4%근접 경제 성장… 당당한 충북으로
길이 통해야 모든 것 통해… SOC 집중
문화의 뿌리 전통무예 세계시장 광활
먹거리 기반 만든 지사로 기억되고파

[충청투데이 이민기 기자] 이시종 충청북도지사가 민선 5·6·7기 12년의 도정운영을 마무리하고 ‘야인’(野人)으로 돌아간다. ‘생명과 태양의 땅 충북’이란 비전을 제시하고 한시도 쉴 틈 없이 달려온 이 지사는 "늘 소외되고 배고팠던 충북의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12년이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미 질문을 짐작하고 있는 것처럼 솔직·담백한 즉답을 시원시원하게 내놨다. 고령이지만 여전히 미래를 꿈꾸는 청년의 ‘기상’(氣像)을 품은 듯했다.<편집자주>

대담·정리=이민기 충북본사 편집국 부장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충북의 위상은 몇 위라고 생각하나.

"17개 시·도의 순위를 매겨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각종 성과들이 충북의 위상과 발전상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2016~2020년 경제성장률은 연 4.2%의 상승 곡선을 그리며 전국 1위를, 2021년에는 고용률 전국 2위(70.3%)를 각각 기록했다. 2020년에는 수출증가율 전국 2위의 성과를 냈다. 또 간과할 수 없는 점은 2020년 1인당 지역내총생산 전국 5위를 기록한 대목이다. 이런 기록은 충북에 희망과 기회의 땅 그리고 사람과 기업이 몰려들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이런 성과는 164만 도민과 충북도 공직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열심히 노력해 만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감히 단언컨대, 충북의 눈부신 발전에 기여한 그들의 열정과 노력만큼은 전국 최고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철도·도로 등 SOC 사업에 왜 그렇게 집중했나.

"임기 초부터 ‘길이 통해야 모든 것이 통하고 경제가 살아난다’는 굳은 신념을 갖고 있었다. 달리 표현하면 충북의 취약한 철도·도로망 확충부터 해야 미래 먹거리를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집중한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실제의 예를 들면 충북 전역을 하나로 잇는 충북종단열차 및 충청내륙고속화도로 건설, 중부내륙철도 충주~이천 구간 및 중앙선 제천~원주 복선전철 개통, 충북선철도 고속화, 세종~청주 고속도로 등 7개 사업 예타면제 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도로·철도가 놓였거나 건설이 진행 중이다. 미래 100년 발전을 견인할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충청북도가 사통팔달의 교통망을 완전히 갖추면 대한민국 교통·물류의 핵심축으로 도약할 것을 확신한다."

-국가균형발전을 강조했지만 정작 도내균형발전은 미흡했다는 쓴소리도 있다.

"지난 12년동안 청주권과 비청주권, 도시와 농촌이 고르게 발전하는 충북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다. 도로망 구축부터 보면 충청내륙고속화도로는 2024년 개통(목표) 예정인데 청주~제천 57.8㎞, 영동~청주 72.6㎞를 잇는 거대 사업이다. 서청주에서 증평을 연결하는 중부고속도로 확장은 기어이 타당성 재조사를 통과했고 이른바 동서6축으로 불리는 제천~영월 고속도로 26㎞ 역시 예타를 통과했다. 철도망 구축의 경우 이천~충주를 연결하는 중부내륙철도, 원주~제천을 잇는 중앙선 복선전철, 대전~옥천 광역철도 20.2㎞ 구간은 실시설계 중이다. 지역발전의 파급효과가 큰 기관의 분산 배치도 진행했다. 농업기술원 영동분원 설립을 했고 자치연수원 제천 이전을 확정했다. 또 남북부출장소를 설치했고 전 시·군 소방서 설치를 완료하기도 했다. 갈라진 충북에서 도내 전역이 조화롭게 발전하는 하나된 충북을 실현했다고 자평한다."

-카이스트(KAIST) 오송캠퍼스 조성 등은 민선 8기에서도 연속성을 갖고 추진해야 할 사업으로 보인다.

"그렇다. 새 정부가 추진할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최종 반영됐고 여야 도지사 후보였던 김영환 당선인,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역시 지사공약에 반영하지 않았느냐. 카이스트 오송 바이오메디컬 캠퍼스 조성은 충북 오송이 세계적인 바이오 클러스터로 도약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란 점을 강조한다. 7월 이후 공모예정인 세계보건기구(WHO)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공모사업 유치를 위해 카이스트와 이미 긴밀하게 협력 중인데 민선 8기 도정에서도 잘 이어갈 것으로 기대한다."

-존폐 논란에 빠진 세계무예마스터십과 관련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을 것 같다.

"먼저 도민 여러분께서 조금만 더 인내심을 갖고 애정어린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길 바란다. 모든 국가가 형성될 때 무력을 앞세웠다. 바로 호국무예를 기반으로 건국·통일이 이뤄졌던 것이다. 이런 사실은 무예가 모든 문화의 뿌리라는 것을 말하고 있다. 주목할 대목은 무예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신성장산업이란 점이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이자 국부 창출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무예콘텐츠산업, 무예 제조산업, 무예마이스산업은 무궁무진한 원대한 시장이다. 국제적으로 보면 세계무예마스터십 창건 불과 6년만에 유네스코(UNESCO)와 가이스프(GAISF)로부터 인정 받은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대단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세계가 무예계를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세계무예마스터십이 올림픽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축제로 성장하면 충청북도는 세계무예의 메카로 자리매김하고 또 하나의 경제성장 동력축을 얻게 될 게 분명하다."

-도정 운영을 하면서 극적인 에피소드도 적잖았을 텐데 소개해 달라.

"1000억원을 담보하며 세계 최대 태양광 제조공장을 유치한 점이 기억에 남는다. 2015년 4월 한화는 미국 넥스트라 에너지와 태양광 분야 세계 최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면서 2015년 말 준공을 투자조건으로 충북을 투자지로 결정했다. 문제는 넥스트라 에너지가 8개월 내 준공이 안 될 경우 1000억원이란 거액의 위약금을 충북도에 요구해 많은 고심에 빠졌었다. 하지만 결국 수락하고 기적을 창출했다. 나대지 설립부터 공장 설립까지 전력공급, 공업용수, 환경 등 각종 인허가까지 평균 2년 정도의 소요기간을 8개월로 단축하며 기적적으로 유치에 성공한 사례가 잊혀지지 않는다. 넥스트라 회장이 ‘위약금 1000억원을 공짜로 받을 수 있을거라 내심 기대했는데 공장이 완공돼 한편으로는 서운하다’는 농담을 건넨 기억도 난다. 이런 맥락에서 투자유치만이 살 길이라는 생각으로 민선 5~7기까지 106조 5000억원을 달성한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도정을 추진하면서 아쉬웠던 점은 무엇이었나.

"매우 안타까웠던 점은 중앙부처에 충북 출신 인재가 너무나 부족한 장면을 목도한 것이다. 12년 동안 정부예산 확보와 각종 공모사업 유치를 위해 중앙부처 문턱이 닳도록 방문하고 설득했는데 결국 타지역 인사들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한편으로는 충북도청 공무원들을 지역발전을 위해 너무 혹사시킨 것 같아 굉장히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도청 공무원들이 노력해준 덕분에 충북이 전국대비 4%에 근접한 경제성장을 이뤘고 ‘대한민국의 중심, 당당한 충북’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도지사로 기억되고 싶나.

"그냥 기억에서 잊혀진 사람으로 남고 싶다. 굳이 바란다면 ‘국토의 변방, 소외된 충북’을 발전시킨 일꾼 도지사, 도민들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충북의 기반을 착실히 다진 열심히 일한 도지사로 기억되고 싶다."

-퇴임 후 행보가 궁금하다.

"아직 구체적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 다만 50년 공직생활을 한 탓에 새장 속의 새처럼 갇혀 있다는 느낌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아 저 멀리 훨훨 날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다."

-도민 여러분께 한 말씀.

"먼저 12년간 도지사로 열심히 일할 수 있도록 믿어 주시고 격려해준 164만 도민 여러분에게 감사 드린다. 12년은 충북의 새로운 미래를 향해 열심히 고민하며 설계하는 시간이었다. 민선 5기부터 바이오, 태양광 등 6대 신성장산업을 집중육성해 ‘1등 경제 충북의 기적’을 일궜다. 충북의 미래 100년 먹거리 창출을 위한 기반을 탄탄하게 마련한 것 같아 매우 보람있고 자랑스럽다. 이 모든 것이 저 이시종과 함께 같은 곳을 향해 열심히 뛰어준 도민 여러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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