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종합사회복지관 최두선 생활지원사 수기

지난해 어느 날 추천을 받아 만나 뵙고 섬기게 된 85세 김 모 어르신, 처음 어르신을 뵌 날을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한 현기증이 날 정도로 당혹스럽던 기억이 납니다

낡은 아파트 지하에 거주하시며 혼자의 힘으로는 거동조차 어려워 팔로 다리를 끄시며 겨우겨우 실내에서만 이동하시는 모습과 제때 식사를 하실 생각조차 하지 않으실 만큼 자신을 홀대하던 모습, "아야 아야"를 반복하시면서도 병원을 가시지 못하는 처지, 세상과 완전한 단절은 사람들과의 견고한 벽을 치게 만들어 경계를 허물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습니다.

귀가 어두우셔서 전화 안부가 힘들어 전화 안부가 있는 날에도 어르신이 반기지 않아도 무조건 달려가기를 수개월…….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시는 어르신께 가장 어려웠던 건 지난겨울 추위와 사람에 대한 배고픔, 생리적 배고픔이 아닌가 하고 안타까워 마음을 동동거리던 중에 본아이에프와 아산종합사회복지관에서 본죽 후원을 하신다며 대상자 한 분을 추천하라 하시더군요.

주저 없이 어르신을 추천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정성 담긴 죽으로 어르신의 마음에 따뜻함을 채워드리고 싶었고 소외되고 있다 인식하고 계신 어르신께 사회의 일원으로 동행하고 있다고 위로하고 힘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된 매주 화요일의 기분 좋은 죽 배달…….

죽이 담긴 종이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이불 위에서 허겁지겁 드시는 어르신의 모습을 뵈면 여러 가지의 만감이 오갑니다.

맛있게 달게 드셔주시는 어르신께, 후원해주신 연관 기관에도 감사드리고, 자신을 버려두는 어르신께 더 많은 것을 해드릴 수 없는 저 자신 한계의 안타까움…….

연신 "감사합니다 선생님, 우리 선생님 복 받으세요"를 반복하시다 제 볼을 쓰다듬으며 끌어안고 우리 딸보다 아들보다 더 낫다 사랑한다고 말씀을 하시는 어르신, 죽 한 그릇이 만들어낸 희망과 사랑, 감사, 감동…….

뉘엿뉘엿 석양 같은 아름다움을 느꼈던 오늘입니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제공

<아산종합사회복지관 최두선 생활지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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