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재 국민연금공단 대전세종지역본부 대전세종노후준비서비스 팀장

2007년, 그때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에 펀드 광풍이 불던 시절이었다. 신문 방송을 비롯한 모든 언론이 날마다 펀드 관련 뉴스를 다뤘고, 만나는 사람마다 펀드 얘기로 꽃을 피웠다. 펀드하는 사람들 대부분 돈을 벌었고 돈 벌기가 이렇게 쉬운지 몰랐다며 마치 신세계를 발견한 것처럼 열광했다.

가산세까지 물어가며 은행이나 제2금융권에 들고 있던 예·적금을 깨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모아 펀드에 넣던 시절이었으니, 매달 월급에서 떼어가는 국민연금이 얼마나 얄미웠을까. 언제 받을지도 모르는 국민연금에 넣느니 차라리 그 돈을 펀드에 넣는 게 훨씬 낫다는 생각이 진심이었을 것이다.

이 시절 펀드 광풍에 휩쓸려 들어갔던 많은 사람이 나중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이미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광풍이 지난 2년 간에 걸쳐 또 불어왔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각국에서 풀어댄 엄청난 돈이 유동성 잔치를 가져왔고, 이번에는 주식과 부동산뿐만 아니라 코인까지 가세했다. 신문 방송뿐만 아니라 SNS와 유튜브 채널까지 나서서 투자 확산에 불을 붙였다. 주식, 부동산, 코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전보다 많은 사람이 투자에 뛰어들었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다는 ‘영끌족’을 비롯해서 주식시장에서는 ‘동학개미’, ‘서학개미’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이런 상황이니 이번에도 역시 국민연금 떼어가는 게 아까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 돈이면 A전자 주식을 몇 주 더 살 수 있다는 계산까지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계속 좋을 것만 같았던 시장이 언제부턴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고점에 들어갔다가 제때 나오지 못하고, 주식은 장기 투자하는 것이라며 스스로 위안 삼고 기다리지만, 지난 2년 같은 장세가 다시 올 거 같지는 않다. 오히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사적 연금계좌를 통해 펀드나 ETF 등에 투자하고 있다. 직장생활하는 동안 매달 조금씩 사 모았다가 은퇴 후 연금으로 받을 생각이다. 이들 상품은 개별 종목만큼은 아니더라도 변동성이 심하다. 아무리 장기간 가지고 간다고 해도 시장이 조금씩이라도 우상향을 해야 수익이 나는 것이지, 그 반대로 간다면 돈을 넣을수록 손해다 보니 마음고생이 심해진다.

국민연금은 어떤가? 국민연금도 풍부해진 유동성의 덕을 보았다. 우선 국민연금기금 운용에서 지난해 91.2조 원의 운용수익을 거뒀다. 가입자와 수급자들이 아무 신경을 쓰지 않았어도 가입자들의 예상연금액은 지난해보다 평균 5.6% 올랐다. 지난해 가입자들의 평균소득(A값)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연금을 받고 있는 수급자들은 올해 1월부터 연금수령액이 2.5%가 올랐다. 지난해 오른 물가가 반영된 탓이다.

주가와 부동산이 폭락하더라도 국민연금 가입자와 수급자들의 연금액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없다. 전체 가입자들의 소득 평균이 추락하지 않는 한 예상연금액은 계속 오르고, 경기 침체가 와도 물가가 오르면 수급자들의 연금액도 오른다. 투자원칙 중에 ‘분산투자’가 있다.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에 분산해서 투자하라는 것이다. 다시 시장이 좋아지더라도 국민연금 내는 것을 아까워하지 말자. 과열된 시장에서는 천덕꾸러기 같지만 위기에는 빛을 발하는 안전자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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