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은경 충남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디지털 세상이 커지면서 대중들의 정치참여 양상도 크게 변화되고 있다.

인터넷 공간은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사람끼리 소통하고 유대감을 느끼며 집단적 힘을 발휘하는 것도 용이하게 한다.

이런 환경에서 ‘정치팬덤’은 우리 시대의 정치참여를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가 됐다.

원래 팬덤은 유명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과 그들의 문화적 행태를 일컫는 말이었지만 이제 유명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한 팬덤도 많아졌다.

사람들은 지지하는 정치인의 재미있는 사진과 짧은 영상들을 인터넷에 올리고 자신들이 직접 참여해서 만든 다양한 콘텐츠들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런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입장도 있다.

일반 대중들이 정치적 관심을 일종의 놀이처럼 펼치면서 재미와 즐거움을 얻고 실질적인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느끼면서 정치적 효능감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정치팬덤이 전개되는 양상들을 살펴보면 우려할만한 점이 많다.

극성 팬덤은 지지하는 정치인이 승리해 환하게 웃는 모습과 상대방 정치인이 패배해 낙담하는 모습을 보기 원하고 그 과정과 결과에 자신이 참여하기를 원한다.

맹목적인 지지자들이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정보를 마구 퍼다 나르거나 상대 정치인에 대한 악의적인 가짜뉴스를 만들고 공유하는 일도 생겨난다.또 유튜브의 콘텐츠 추천 시스템은 지지하는 정치인과 집단에 우호적인 정보와 영상만을 반복적으로 추천해 선택적이고 편향된 노출이 이뤄진다는 문제점도 있다.

이로 인해 같은 정치적 신념과 견해를 가진 사람끼리 자신들의 생각과 견해에 대한 확신과 결속력은 더욱 강화되고 다른 의견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기회는 희박해지는 것이다.

유권자가 지지 세력에 대한 무조건적인 추종과 반대세력에 대한 혐오의 태도를 가질수록 정치인도 정치적 역량과 정책에 대한 경쟁보다 대중인기에 영합한 이미지 정치와 보여주기식 공약에 몰두하게 된다.

그 결과 우리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의 자리를 대신해 사회적 반목과 질투의 감정, 더욱 깊어진 사회적 갈등의 골을 마주하게 된다.

또한 무능한 정치인과 공허한 정책에 대한 검증 실패의 혹독한 대가는 고스란히 우리 구성원 모두가 치러야 한다.

정치참여의 진정한 의미는 우리가 속한 보다 넓은 공동체의 발전을 지향하는데 둬야 한다.

정치적 판단과 견해가 다르고 심지어 내가 싫어하는 사람과도 대화에 나서는 것이 정치참여의 시작이 돼야 한다.

서로 다른 견해와 이해관계를 지닌 개인과 집단이 소통을 통해 양보하고 타협하면서 공동체의 주요한 의제에 대한 합의를 이뤄내는 과정이 정치참여의 궁극적 목적이 돼야 한다.

오는 6월 1일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날이다.

디지털 환경이 열어놓은 다양한 소통의 채널에서 우리 삶의 터전인 대전의 발전에 도움이 될 좋은 제안과 정책이 활발하게 논의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파와 정치인에 대한 정보들은 좀 더 이성적인 감시와 비판의 자세로 살펴보고 반대 세력에 귀기울이면서 논쟁하고 소통하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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