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철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복막 손상 전혀 없고 조기 회복 가능한
경항문 단일공 복강경 무흉터 수술 성공
세계 최초… 5년 지나도 재발·합병증 無
단일공 복강경수술 국내 최다 기록 보유
2008년 말부터 현재까지 5500회 집행
자유롭고 안전한 ‘집도의 단독집중수술’
결과 어려운 환자들, 쓰디쓴 약이자 스승
"여러 환자들에 좋은 인연으로 남고파"

▲ 이상철 대전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이상철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가 동시성 3중 대장암을 흉터를 남기지 않고 수술하는 데 성공했다. 당시 환자 이모(70) 씨는 혈변, 빈혈 및 전신부종을 주소로 진료를 시작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고 대장과 직장에 동시에 존재하는 3개의 암종을 진단 받은 상태였다. 이상철 교수가 동시성 3중 대장암 수술을 진행한 과정과 수술 후 기록한 환자 상태 등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환자의 진단명은.

"동시성 3중 대장암으로 직장, 상행결장, 구불결장에 동시에 각각의 독립된 암종이 존재하는 상태였다. 동시성 대장암이란 원발 병소로부터 4㎝ 이상 떨어지고 점막근 이상을 침범하며 두 병변 사이에 정상 조직이 존재하는 독립적인 종양을 말한다. 3개의 병변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는 0.1%에서나 관찰되는 매우 희귀한 조건이다."

-치료 계획과 수술 진행은.

"이 환자는 좌, 우측 대장과 직장에 각각 떨어져 있는 3곳에 병변이 동시에 존재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장과 결장을 모두 제거하는 크고 광범위한 수술이 필요한 상태였다. 더불어 대장이 모두 없어지므로 소장 끝단부분을 ‘낭(주머니)’ 형태로 만들어 항문 직상부에 이어 붙이는 고난도의 수술이 추가로 필요한 조건이었다. 수술은 항문을 통한 단일공 복강경수술로 시행했다. 이 수술의 경우 복부쪽으로 일체 절개가 없는 ‘무흉터 수술’이다. 항문을 통한 단일공 복강경수술은 여러 단계 준비를 거쳐 2010년 국내 최초로 시행해온 수술법이다. 하지만 이중에도 직장의 국소 병변에 국한하지 않고 골반을 거쳐 복강 안까지 수술 범위를 연장, 진행하는 수술은 그 범위나 심달도에 있어 큰 차이가 나는 수술이어서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필요했다. 환자에게 안심하고 수술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미리 시간을 두고 동물실험이나 모형물에서의 수술, 동물 수술, 카데버 워크숍 등 다수의 예비과정과 술기발전 및 확신 과정을 반복했다."

-경항문 단일공 복강경 무흉터 수술을 최초 시행한 시기는.

"2013년 프랑스에서 직장암에 대한 세계 최초의 증례 보고가 있었으며, 본인은 그 다음 해인 2014년 국내 최초로 직장암에 대한 경항문 단일공 복강경 무흉터 수술을 시행했다. 2017년 2월에는 ‘동시성 삼중 직결장암에 대한 경항문 단일공 복강경 무흉터수술‘을 시행했다. 이는 세계 최초의 보고이며 아직까지도 유일한 상태다. 수술로 적출된 적출물의 총 길이는 171㎝로 그 중 대장 길이는 145㎝, 소장의 길이는 26㎝였다. 큰 범위의 수술을 시행했음에도 수술 후 병상에서 소독을 위해 작은 밴드 하나 붙일 상처가 전혀 없는 경험을 환자와 의료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 수술 후 환자는 합병증 없이 무난한 회복을 보였으며 적출물에 대한 조직검사 결과상 임파선 전이가 있어 전신 항암치료를 권유했고, 항암치료 2회 진행 후 중단했다. 수술 후 만 5년이 지난 시점에서 재발이나 원격전이 등의 소견 등은 전혀 없는 상태며 합병증 등의 문제로 입원한 바도 없다. 현재 환자는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자전거를 타는 등의 활동도 무난히 유지하고 있다."

-항문을 통해 대장·직장 전절제술을 진행한 환자가 수술 후 완치 판정이 갖는 의미는.

"어려운 조건의 환자에서 궁극의 최소침습 수술을 실행해 세계 최초로 성공한 것만도 가슴 벅찬 일이다. 5년이 지난 현재 무난한 완치를 이뤘다는 것이 치유 본연의 목적에 부합해 보람차다. 또한 ’무흉터 수술‘이 광범위하고 높은 심달도가 필요한 수술에서도 이미 수 년 전부터 이뤄졌으며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것을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외과계 의사로서 이뤄낸 결과라 더욱 자랑스럽게 여기며 환자나 국민들께 의료진들의 노력이 환자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기인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경항문 수술은 무엇이고 장점은.

"말 그대로 항문을 통해 복강경 수술을 하는 것이다. 단일공 복강경 수술 방식으로 작게는 직장 범위의 양성 용종부터 시작해 암종까지 다양한 병변에 대해 적용한다. 단순 절제부터 직장장간막까지 포함한 깊고 넓은 절제, 더 나아가 복강 안까지 수술범위를 연장하는 경우도 있다. 높은 심달도가 필요하다보니 복강경수술에 익숙하고 경험이 많은 일부 집도의들이 주로 시행하고 있다. 복부쪽으로 일체의 절개가 필요치 않아 말 그대로 무흉터 수술이며 수술 후 통증과 연관되는 복벽을 싸는 복막 손상이 전혀 없어 수술 후 통증이 현저히 감소하며 조기회복이 가능하다. 보통 수술과 연관된 상처는 통증뿐만 아니라 탈장, 유착 등의 합병증과 연관될 수 있는데 이 방식의 수술은 복벽상처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러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고, 회복 후에도 흉터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국내 최다 배꼽통한 단일공복강경 수술 기록을 갖고 있다.

"개인적으로 단일공 복강경수술은 2008년 말부터 시행해왔으며 현재까지 5500회 정도 수술을 시행했다. 대장 및 소장을 포함한 장관 수술과 탈장 수술 등이 대부분이다. 충수수술이나 탈장 수술은 보통 배꼽에 1㎝ 이하의 단일 절개를 통해 시행하고 대장암 등 적출물이 큰 수술은 병변 크기에 좌우되지만 보통 3㎝ 이하의 절개로 수술을 마친다. 소아환자는 0.5~0.8㎝ 정도로 절개를 줄일 수 있다.

-‘집도의 단독집중수술’은 무엇인가.

"‘집도의 단독집중수술’은 말 그대로 집도의 혼자서 하는 수술로 복강경 카메라를 기계식 장치에 부착하고 초점을 맞춘 고정된 상태에서 다양한 수술을 혼자 시행하는 수술법이다. 2012년 처음으로 이 수술을 시작할 때는 인력부족인 상태에서 시행하게 됐다. 하지만 솔로 수술은 여러 대체불가의 장점을 갖고 있다. 복강경 수술은 카메라를 잡아주는 보조 인력의 도움 하에서 시행되기 때문에 ‘이인삼각 경기’와 같다. 집도의와 보조자 간 협력이 잘되는 조건이라면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못하면 수술은 불편하고 어려운 일로 바뀌게 돼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반면 단독집중수술은 집도의 본인의 의도대로 카메라 방향을 조정하고 확대 고정된 시야에서 집중해 진행할 수 있으며 수술공간을 온전히 혼자 사용해 자유롭고 안전한 술기를 실행할 수 있다. 흔히 개복수술이 자유롭고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제 성적면에서 이미 복강경 수술의 장점과 우수성은 널리 알려진 상태다. 집도의 단독집중수술은 카메라를 고정한 상태에서 포트가 복강경 도구를 안정되게 잡아주는 조건이므로 매우 정교한 작업을 안정된 상태에서 수행해낼 수 있는 장점이 존재한다."

-자신만의 진료철학이 있다면.

"단일공 복강경 수술을 한참 시행하던 시기에 소속된 학회에서 국가차원의 광범위 설문을 통해 ‘단일공 복강경 수술’의 약자를 ‘Single Port Laparoscopic Surgery = SPLS’로 정한 바 있다. 그 때 개인적으로 장난처럼 말을 조금 바꿔서 ‘Satisfaction to Patient, Labor to Surgeon = SPLS’라고 정하고 발표를 했던 적이 있다. 어쩌면 그 내용이나 의미가 이 수술에 임하는 제 진료철학이 됐떤 게 아닌가 싶다. 의사에게 어렵고 불편한 일로 다가와도 그 노력이 환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치료, 수술로 귀결될 수만 있다면 기꺼이 해볼 만한 일이고 가치 있는 길이다. 이러한 생각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본다."

-의사로서 고충은 없었나.

"의사생활을 하면서 고단함이 있었지만 환자 만족을 보는 것은 늘 즐겁고 보람된 여정이다. ‘용기있는 사람이란 겁 없는 사람이 아니라 겁나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라는 말처럼 매 시기 새로운 시도를 꿈꿀 때는 염려와 두려움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준비 작업과 실행을 통해 답을 미리 찾아보고 확인하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니 그 과정 자체가 저절로 믿음을 주고 두려움을 없애는 답이 됐다. 외과의사는 도자기를 빚는 도공과 매우 비슷한 면을 갖고 있다. 오랜 시간 숙련이 필요한 전문화된 영역이면서 환자 하나하나에 자신의 깜냥을 다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반대로 명확한 차이점도 존재하는데, 도공은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련 없이 깨뜨리고 그 다음 작품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만이지만 외과의사는 만약 결과가 나쁘다면 그 때부터 피할 수 없는 온갖 어렵고 난처한 상황에 빠진다. 비록 최선을 다했다 하더라도 회복과정이나 결과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은 오롯이 심사숙고와 퇴고를 반복하게 하는 쓰디쓴 약이자 스승이 되고 만다. 서랍 속, 십 수 년도 더 지난 수첩에 적혀있는 환자의 이름, 그 분의 주소 등 외과의사가 쉽게 꺼내 보이지 못하는 마음속 흉터에는 비문이나 타임캡슐처럼 그 때 그 환자의 모습이 고스란히 새겨져있다. 새로 또 다른 환자들을 마주하고 그 결과에 웃을 때마다 문득 나타나 귓가에 속삭이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환자와 의사의 인연을 믿는다. 우연으로 시작되지만 제게 주어진 역할이 외과의사기 때문에 제가 만나는 여러 환자들에게 좋은 인연으로 남는 의사가 되고 싶다. 어제도 오고 오늘도 오는 그런 환자가 아닌 어쩌면 제게 주어진 유일한 환자라는 생각으로 진료에 임한다. 비록 작은 깜냥이지만 그것이 환자 만족에 도달할 수 있는 수단이라 여기며 아끼지 않고 100% 쏟아내다 보면 최선의 결과를 얻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모든 수술의 마지막에 스스로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수술실을 나서는 모습을 꼭 실천하고 지속해나가고 싶다. 또한 이러한 노력이 통해서 지방에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실력 있고 훌륭한 의사들이 많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다."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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