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희 백석문화대교수·음악평론가

지난 4월 7일 공주문예회관 대공연장에는 관객의 환호와 기대가 넘쳤다. 그것은 단순히 코로나로 힘들었던 시기가 풀려나가는 시점에 본격적으로 음악회가 열린 외적인 요인이 아니었다. 분명 공주시충남교향악단의 음악이 달라졌고 앞으로 어떤 색깔의 공연이 펼쳐질지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감에서 터져 나온 안으로부터의 변화였다.

우선 레퍼토리 구성을 통해 충남교향악단이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를 파악해보자. 첫 곡은 베토벤의 프로메테우스 창조물 서곡이었다. 발레 무용곡을 위한 서곡으로 작곡가 특유의 웅장함과 장엄함이 가득하다. 프로메테우스가 누구인가.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 전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인간 본성에 관한 다층적 면을 제시한다. 불을 훔친 행위로 받는 벌과 그 결과 닥친 운명적인 고통과 희망은 베토벤 서곡에서 생명을 부여받는 대상으로 펼쳐진다.

베토벤만큼 고통과 운명, 희망을 음악으로 적나라하게 펼친 작곡가가 또 있는가. 첫 곡으로 프로메테우스 창조물 서곡을 선택한 것은 과거를 넘고 지금 이순간과 미래에 보여줄 충남교향악단의 발전하는 모습을 관객에게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음악적으로도 현악기 울림이 정교하게 흐르면서 베토벤 서곡이 지닌 강력한 힘이 충분히 전달됐다. 정나라 지휘자가 이끈 열정적인 시도에 응답해 단원들의 열의가 폭발적으로 표현된 점은 특히 고무적이었다.

이어진 곡은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가단조였다. 쇼팽의 시적 서정성과 북구의 감성을 화려한 낭만의 색깔로 그린 작곡가의 대표 작품이다.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역시 관객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첫 시작부터 화음과 선율을 여유롭게 처리하며 섬세함과 강렬함의 조화를 유려하게 만들어갔다. 빼어난 음색과 단단한 타건은 발랄한 마지막 악장까지 정교하게 흘렀다. 상대적으로 충남교향악단의 반주와 관악기 음색이 그 세련됨을 받쳐주지 못한 부분은 아쉬운 점이다. 하지만 지휘자와 연주자는 최선을 다해 서로를 빛내주는 역할을 했다. 앙코르곡인 멘델스존 무언가 노래가 정나라 지휘자와 새롭게 출발하는 교향악단을 축하하는 축하곡으로 잔잔한 여운을 남겼다.

마지막 브람스 교향곡 2번은 교향악단의 역량을 단박에 보여준 전략적 선택이었다. 시종일관 밝은 특성과 피날레의 팡파레 울림이 브람스 특유의 정념과 만나 폭발하기 때문이다. 주관적인 해석과 객관적인 표현의 조화로움을 지휘자가 어떻게 보여주는지가 관건이었다. 지휘자는 교향곡 2번의 음색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 데 최선을 다했고 결과적으로 그들의 노력은 공연장을 열렬한 환호로 이끌었다. 변화를 열망하는 교향악단과 상임지휘자로 새롭게 합을 맞춘 정나라 지휘자, 수준 높은 공연을 갈망하는 공주시민의 마음이 하나로 합쳐져 나온 공연이었다. 새로운 도전으로 변화의 물결을 끌어낸 공주시충남교향악단의 다음 공연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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