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식 충남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9983이라는 숫자를 어렴풋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몇 년 전까지 9988로 알려졌던 이 숫자는 2019년 국제 기준에 맞춰 9983으로 변경됐는데, 우리 중소기업이 국내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고 중소기업 종사자가 전체 기업 종사자의 83%에 이른다는 뜻이다. 이처럼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체 노동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인 데다 청년층은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을 선호하고 있다. 이는 중소기업의 성장을 견인할 석·박사급 인력들도 마찬가지이며 중소기업에 취업하더라도 짧은 경력을 쌓은 후 이직하려는 욕구가 많아 중소기업은 매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 중소기업 재직자의 역량을 강화함과 동시에 장기재직을 유도하는 ‘중소기업 계약학과’ 사업이 문제 해결을 위한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중소기업 계약학과’ 사업은 산업계 수요를 바탕으로 대학에 기업이 필요한 학위과정을 개설, 중소기업 재직자의 역량을 강화하고 학위 취득을 지원하는 선취업-후진학 방식의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중소기업 계약학과’의 학과별 학생 정원은 20명 내외이며, 입학 대상은 중소기업에서 6개월 이상 재직 중인 근로자이다. 참여 학생에게는 등록금(65~85%)을, 주관대학에는 계약학과 운영경비를 매 학기 지원하고 있다. 참여 학생은 졸업 후 협약 재직 기업에서 일정 기간 근무를 해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있다. 현재 충남지역의 계약학과는 올해 신규 선정된 건양대 의료인공지능학과 박사과정을 포함해 4개 학과(2개 대학)가 있으며 학과별로 학비 지원을 포함해서 연간 1억 원 내외로 지원받고 있다. ‘중소기업 계약학과’는 중소기업 재직자의 역량 강화를 지원하고 의무 근무를 포함한 장기재직을 유도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사업의 실효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 장기재직자 주택 우선 공급사업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사업이 그러하듯 보완할 점은 있다. 예를 들어 이 사업에서 역량이 강화된 직원이 의무 근무기간이 끝나면 바로 다른 기업으로 이직을 해도 제약이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정부뿐만 아니라 기업 차원에서도 저마다의 전략을 갖고 재직자의 이탈을 막기 위한 노력을 펼치는 등 함께 고민해야만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앞으로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가 익숙해지고 이를 통해 산업구조가 변화됨에 따라 신기술·신산업 분야의 전문 인력 수요와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의 핵심인재 양성을 위해 미래 유망분야인 미래차, 탄소중립 등을 중심으로 학과를 선정하고 있다. 충남지역은 친환경 모빌리티, 차세대 디스플레이, 휴먼 바이오 분야를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으니 이에 맞추어 중소기업들도 관심을 갖고 적극 활용해 우수 인재 양성에 동참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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