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클릭아트

[충청투데이 김윤주 기자] ☞한국인은 유독 ‘나이’에 민감하다. 초면에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란 질문은 꼭 빠지지 않는다. 나이를 공개하고 나면, 더 어린 사람은 자연스레 고개가 숙여진다. 그리곤 "말 편하게 하세요"란 말을 주문처럼 하게 된다. 혹은 연장자인 사람이 먼저 "말 편하게 할게"라며 말을 놓기도 한다. 마치 물 흐르듯 서열이 정리된다. 사회통념상 나이가 많으면 반말이 허용된다. 서열 문화의 폐해라 불리기도 하지만, 보통 이런 상황이 펼쳐진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어려운 상황은 있다. 아니, 어려운 사람들은 있다. 바로 ‘빠른 년생’들이다.

☞빠른 년생들은 흔히 ‘족보 브레이커’로 통한다. 그들은 1~2월에 태어나 7살에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그러다 보니 동급생보다 1살(세는 나이 기준) 어리다. 문제는 이들이 사회생활을 하며 벌어진다. "나이가 어떻게 되시죠"란 뻔한 질문에 조금 다른 대답이 들려온다. 그들은 대개 "아 저는 XX 년생인데 빠른이에요"라고 답한다. 때론 여기에 친구까지 소환된다. "친구들은 XX 년생이에요"라는 부연 설명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리는 어렵다. 이런 세태를 비꼬아 ‘연예계 5살 차이가 친구가 되는 과정’이라는 유명한 짤도 있었다. 이렇게 빠른 년생들은 괜한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게 된다. 일찍 학교에 가고 싶어 간 게 아닌데 괜히 ‘죄인’이 된다.

☞빠른 년생들은 사회생활을 하며 나이를 ‘선택’한다. 빠른 년생임을 공개하는 것도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결과든 타박을 먹는다. 태어난 연도를 말했다가 빠른 년생임이 밝혀지면 "어린척했다"라는 핀잔을 듣는다. 또 그래서 빠른 년생임을 밝히면 "사회에 빠른 년생이 어딨냐, 어른 대접받고 싶어 한다"라는 소리를 듣는다. 결국 어느 쪽이든 "너 때문에 족보가 꼬인다"라는 욕만 듣는다. 사실 이건 과거에 있었던 ‘조기입학제’ 탓이다. 이는 2009년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폐지됐다. 취학연령 기준일이 3월 1일에서 1월 1일로 바뀐 것이다. 개정 전에는 3월 1일부터 다음 해 2월 말까지 태어난 아이들이 같은 학년으로 입학했다. 그러다 이게 폐지되며 조기입학의 마지막 세대는 2002년 1~2월생이 됐다. 2003년생부터는 혼란이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남아있는 빠른 년생들은 여전히 괴롭다.

☞빠른 년생을 둘러싼 나이 논쟁도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인수위가 법적·사회적 나이 계산법을 ‘만 나이’로 통일하는 법 개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한국은 ‘나이’를 세는 방식이 세 개나 있다. 우선, 출생과 동시에 1살이 되고 연도가 바뀔 때마다 한 살씩 더 먹는 ‘세는 나이(한국식 나이)’가 있다. 두 번째로 출생 시를 0살로 하고, 다음 해부터 생일이 지나면 한 살씩 더하는 ‘만 나이’다. 마지막으로 출생 때를 0살로 하되, 해가 바뀌면 한 살씩 더하는 ‘연 나이’가 있다. 12월생들은 세는 나이로 치면 한 달 새 2살을 먹게 된다. 그렇다 보니 이번 나이 통일은 빠른 년생·12월생 논쟁 등을 정리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기회로 나이 논쟁이 끝나길 고대한다.

김윤주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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