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아 충남선거관리위원회 사무보조원

스페인어로 피난처·안식처라는 뜻의 케렌시아(Querencia)는 원래는 마지막 일전을 앞둔 투우장의 소가 잠시 쉴 수 있도록 마련해 놓은 곳을 일컬었다. 지금은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쉴 수 있는 재충전의 공간이란 뜻으로 쓰임은 물론 삶의 쉼표를 만들고자 하는 이들에게 널리 사랑받고 있다.

쉼표는 여러 상황에서 쓸 수 있다. 주로 문장을 끊어 읽고 싶을 때 사용하지만, 때로는 음악에서 사용하기도 하고 인생에서 잠시 쉬어가고 싶을 때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쉼표는 마침표가 아니다. 어쩌면 마침표를 위한 여정일지도 모른다.

지난 3월,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있었고, 다가오는 6월 1일에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있다. 이 사이에도 우리는 쉼표를 사용한다. 이 쉼표에는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재충전은 어떨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에너지로 재충전하고 이를 통해 어떠한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것일까?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통해 약 4000여 명의 정치인이 선출된다. 꽃들이 만개하는 5월이 되면, 정치인들의 약속을 모은 선거공보가 유권자들에게 날아든다. 이 약속들은 꽃봉오리와 같다. 우리 집 앞마당 정원을 꾸민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이 수많은 꽃봉오리들 중에 어떠한 꽃을 피우고 싶은지 선택해야 한다. 선거공보의 내용을 확인하고 그중에서 심고 싶은 꽃을 피울 봉오리를 엄선해야 한다. 어떤 색의 꽃을 피울 것이며, 어떤 향을 원하는지, 어떤 열매를 맺는지 알아보고, 우리 집 앞마당의 토양에서 잘 자랄 수 있는지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그렇게 엄선된 정원에 4년 동안 세금이라는 물도 주어야 한다. 거르지 않고 정성껏 물을 주어 꽃을 자라게 했을 때, 복지라는 열매를 맺고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정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꽃에 대해 잘 모른다고 대충 아무거나 심어서는 안 된다. 결국, 그 속에서 다치고 길을 잃는 것은 나와 우리 부모님, 우리 아이들이 될 것이다. 피고 지는 꽃들을 바라보며 기분 정화를 느낄 것인지 분노를 느낄 것인지 내가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결국 필요한 건 관심이다. 우리 집 앞마당에 대한 관심, 그곳을 거닐 나와 내 가족에 대한 관심, 사회와 사람에 대한 관심. 일방적으로 제시해오는 많은 약속 들 중에 새끼손가락을 걸어줄 상대를 선별하기 위한 관심이 필요하다. 제20대 대통령선거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사이, 우리는 재충전의 쉼표를 찍고 관심의 에너지를 충전해야 할 때다. 4년 후에 만족스러운 마침표를 찍을 수 있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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