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옥배 공주문화재단 대표

분과학(分科學)간의 융복합이 활발해지면서 이질적이라 생각해왔던 타 분과학의 개념을 차용하는 경향이 활발해졌다. 이공계의 영역에 속하는 ‘공학’이란 용어가 사회과학의 영역에 속하는 정치에서 차용해와 ‘정치공학’이란 용어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대표적인 용어로 ‘생태’가 있다. 자연의 생물학에서 사용되어온 생태란 용어를 여러 영역에서 차용되기 시작하였고, 문화 영역에서도 ‘문화생태(계)’란 개념을 사용하게 되었다.

‘생태’란 자연의 상태에서 이루어진 환경과 그 조건 아래에서 생물이 생활하고 있는 일체의 현상을 말하며, ‘생태계’란 어느 환경 안에서 생육하는 생물군과 그 생물들을 제어하는 제반 요인을 포함하는 복합체계를 말한다. 생태계에서는 종의 다양성으로 존재하며, 이는 생태계의 복합체계를 구성하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 생태계는 생물 상호작용의 순환구조에 의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양성 없이 어느 한 종만 존재하면 생태계는 무너지게 된다. 다양한 종 가운데 어느 한 종의 멸종도 영향을 미친다. 어느 한 종의 멸종은 단순히 그 종에게만 위협적인 일로 그치지 않는다. 생태계의 모든 종이 밀접한 상호작용을 통해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종의 멸종에 의한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멸종위기종 보존정책을 시행하기도 한다.

문화도 하나의 생태계 구조를 가지며, 다양한 문화 종에 의한 복합체계를 구성한다. 각 문화 종간에는 상호작용을 통해, 융복합을 통해 창조하고 발전해간다. 이에 따라 ‘문화적 다양성’이 이 시대의 이슈로 떠 오르게 되었다. UN 산하 유네스코는 2001년 제31차 총회에서 ‘세계문화다양성 선언’을 채택하였고, 2002년 제57차 UN총회에서는 매년 5월 21일을 ‘발전과 대화를 위한 세계문화다양성의 날’로 제정하였다. 이는 세계 각국의 다양한 문화적 가치를 고양함으로 전세계 인류가 직면한 문화의 획일화, 상업화, 종속화에 대응하고 아울러 다원적 가치를 상호 존중함으로써 민족간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는데 기본 제정 목적이 있다. 2005년에는 유네스코 제33차 총회에서 ‘문화콘텐츠와 예술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를 위한 협약’을 의결하였고, 이후 각 나라에서는 문화다양성 관련 법률을 제정하였다.

우리 사회에서 과거 문화다양성은 주로 ‘다문화’라는 개념으로 사용되어 왔다. 외국인근로자와 결혼이주여성 등으로 여러 나라의 민족이 국내에 정착하면서 우리 사회는 다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북한이탈주민도 이 영역에 포함되었다. 현재 다문화는 문화다양성이라는 용어로 대치되면서 보다 포괄적 개념으로 확대되었다. 이민족에 대한 상대적 개념에서 탈피하여 사회를 구성하는 문화적 다양성으로 확대되었다. 즉 한 사회의 계층문화, 세대문화, 비주류문화, 소수문화, 지역문화 등이 포함된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문화생태계는 다양한 문화의 종이 상호작용하면서 균형을 이루며 발전하는 복합체계로 구성된다.

문화가 획일화되거나 주류문화만 살아남는다면, 문화생태계의 상호작용과 균형작용이 무너지게 된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2014년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우리는 주류문화와 함께하는 경향이 있지만, 한 사회의 문화생태작용을 위해서는 문화 종의 다양성이 존재해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는 다양성을 존중하지않고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로 사회구성원의 다양성이 확장되고 강화되었다. 때문에 사회내 다양한 구성원들의 문화가치들을 서로 인정하고 공존을 추구하는 관심과 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