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회부의장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分明)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이형기 낙화(落花) 중>

봄에 피는 꽃들이 애처롭고 눈길이 가는 것은, 혹독한 겨울을 꿋꿋하게 이겨냈기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국민의 분노와 눈물, 비원(悲願)이 만들어낸 대통령이다. 국민이 키운 윤석열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 드리겠다’며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의 국방부로 이전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재인 청와대는 용산 이전 계획에 대해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집무실 이전을 책임지고 있는 김용현 장군은 ‘문재인 정부가 갑자기 안보 운운하니 역겹다’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김 장군의 반응이 정말 과한 것일까?

文정권은 북한의 탄도미사일과 방사포 연쇄 발사에 ‘도발’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북한이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폭파하고, 해수부 공무원을 피살할 때 분노를 표출한 적이 없다. 오히려 김정은의 눈치만 보고 절절맸다.

나는 윤석열 당선자가 ‘국방부로의 이전’을 발표하기 나흘 전인 3월 16일 김관진 전 안보실장을 만나 새 정부의 외교 안보 방향에 대해 고견을 청취했다. 김관진 실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6년 6개월간 국방장관과 안보실장을 역임했다. 재임 때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국방장관’, ‘국민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는 안보 수장’이라는 세평(世評)을 얻었다.

김 전 실장은 국방부 청사로의 이전을 권고했다.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국군 통수권자이기 때문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 때 가장 고려해야 할 것은 군 지휘체계 확보라고 김실장은 지적했다. 무엇보다 안보를 위해 국방부 청사로 가야 한다는 게 그의 조언이었다.

문재인 정권이 안보를 핑계로 윤 당선인의 집무실 이전을 막아선 것은 설득력이 없다.

文대통령은 대통령이 되고 나서 "구중궁궐 같은 청와대를 나와 광화문의 국민들 속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자신이 지키지 못한 약속을 다음 대통령이 하겠다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전임 대통령의 도리다.

윤석열 당선인이 국민께 한 약속을 지키려는 데 찬물을 끼얹는 것은 ‘몽니’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

먼저 핀 꽃이 먼저 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아무리 이쁘고 화려한 꽃이라도 계속 피어 있다면 그 꽃나무는 살지 못한다. 후임 대통령이 일할 수 있도록 넉넉한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김영삼 대통령은 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었던 김대중이 위기 탈출의 전면에 나서도록 자신은 뒤로 물러섰다.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인수위원회가 기초를 튼튼하게 놓아야 한다. 전임 대통령이 새 정부의 출범을 축하하고 정권 인수에 협조하는, 아름다운 정치를 보고 싶다. 국민들의 간절한 기대가 외면당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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