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기준폐지 공약했지만 주거·교육급여만 폐지 적용 돼
부양가족 있으면 급여 못받아… 가족해체 등 위기가구의 장벽
삼부자 사건 A씨도 이혼 아내에게 연락해야하는 상황 처해
대전 서구 "취약계층 전수조사… 재발 않도록 만전 기할 것"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속보>=문재인 정부가 임기 내 폐지하기로 했던 부양의무자 기준이 여전히 복지 사각지대를 만드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월 2일자 6면, 3일자 1면, 4일자 3면 보도>

지난달 대전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다 사망한 삼부자도 부양의무자 기준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부양의무자 기준은 본인 재산이나 소득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기준에 부합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재산이나 소득이 있는 자녀 등 부양가족이 있으면 각종 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장치다.

하지만 경제상황이 어려운 취약계층이라도 서류상 부양의무자가 있으면 각종 복지혜택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빈곤 사각지대를 유발하는 족쇄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문 정부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임기 내 시행할 것을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기초생활보장제도 급여 중 주거·교육급여에만 온전히 적용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생계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도 폐지했다고 발표했지만, 부모나 자녀 가구의 소득·재산 수준을 증명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 해체를 겪은 위기가구 등에게는 여전히 신청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19일 생활고를 비관해 숨진 대전 삼부자 중 노부와 중증 장애가 있는 형을 부양했던 A(50)씨도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신청하려면 부양의무자인 이혼한 아내에게 연락해 금융정보제공동의서를 요청해야 했던 상황이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생계·의료급여를 신청하려면 부양의무자의 금융정보제공 동의서를 제출하라고 하는데 이혼한 가정의 경우 전남편이나 전아내에게 자신의 빈곤을 노출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라며 "경제적, 심적으로 무너지기 일보 직전인 사람들이 행정당국에 도움을 요청하러 갔다가 신청 자체를 안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다는 정부의 홍보에도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전지역 생계급여 수급권자 증가치는 2.32%에 불과하다.

부양의무자 폐지를 발표하기 전인 지난해 6~9월 증가치인 1.79%와 0.53%p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부양의무자 폐지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공약으로 내걸면서 대선 화두에 오르기도 했다.

안 전 대선 후보는 지난 2일 열린 중앙선관위 주관 3차 TV토론에서 "청와대는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 폐지했다고 작년 8월부터 홍보하는데 거짓말이다"며 "폐지한 게 아니라 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전 서구는 부양의무자가 있지만 가족 해체 등으로 부양 받지 못하는 대상자의 경우 지방생활보장위원회 심의를 통해 지원을 강화하고, 서구 23개 모든 동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박은현 대전 서구 주민복지국장은 "서구에서 삼부자가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채 세상을 떠난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며 "복지통장,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등 위기가구발굴단을 활용해 서구 내 모든 동의 위기가구를 전수조사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송파 세 모녀 사건’과 유사한 삼 부자 사망사건이 대전에서 발생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충청투데이DB

김성준 기자 junea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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