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과금 안 밀려 위기가구 제외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 한계
대상자 신청해야 복지혜택 받는
복지서비스 ‘신청주의’도 허점
관련종사자 꼽은 복지사각지대
발생 최다이유‘신청하지 않아서’
복지 담당 인력 부족도 큰 문제
대전, 광주 인력의 70%밖에 안돼

사회복지전담 시도별 공무원 현황 2020년 기준. 그래픽_정연희

[충청투데이 김성준 기자] <속보>=최근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생활고에 시달리던 삼부자가 숨진 채 발견되면서 여전히 사회복지 안전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월 2일자 6면 보도>

지난달 19일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월세로 살던 80대 노부와 50대 아들 둘이 숨진 채 발견됐다. 이들은 전날인 18일 저녁부터 연락이 닿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긴 둘째 아들의 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고 외부의 침입흔적이 없어 이들이 생활고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복지 사각지대에 처한 위기가구를 발견하기 위해 ‘복지사각지대 발굴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의 죽음을 막지 못했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보건복지부는 공과금을 내지 못 해 수도나 가스, 전기 등이 끊긴 가구 명단을 한 해 다섯 차례 전국 지자체로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숨진 삼부자는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공과금을 밀린 적이 없어 올해 초 대전시가 받은 위기가구 명단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실제 공과금을 내지 못 한 사람들만 지자체에 알려줘도 인원 등 역량이 부족해 관리하지 못 하는 경우가 있다"며 "위기가구라도 공과금을 정상적으로 납부하면 정보를 입수할 수 없는 등 한계가 있다. 앞으로 위기가구 탐색 정보를 34종에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복지 대상자가 직접 신청해야만 혜택을 볼 수 있는 ‘신청주의’에 기반한 복지서비스가 도리어 ‘복지 사각지대’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박미은 한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주민센터에 찾아가서 상담 신청만 했더라도 비극적인 상황을 막을 수 있었을 텐데 보호부담만 과하게 느끼는 상황에서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몰랐던 것 같다"며 "지자체에서 복지인력을 도울 인적네트워크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대상자를 탐색하고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복지업무 종사자 700여명을 대상으로 복지 사각지대 발생사유 조사결과에 따르면 ‘대상자가 신청하지 않아서’가 45.7%로 가장 높았다.

이번에 숨진 삼부자도 월세 아파트에 살고 있었고, 소득과 재산이 변변치 않았지만 기초생활수급 신청 자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담당 인력이 부족한 점도 복지 사각지대 발생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대전지역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은 2020년 말 기준 625명으로 대전과 인구가 비슷한 광주(893명)의 69.98%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 관계자는 "동네 이·통장 등으로 구성된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삼 부자는 발견되지 못 한 것 같다"며 "앞으로 사회보장정보시스템이 개편될 예정이라고 하니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더욱 힘쓰겠다"고 전했다. 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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