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광연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장

먼 훗날 2022년 우리사회에 대해 누군가 묻는다면 글쓴이는 단연코 ‘혐오사회’라 답할 것 같다. 물론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에 ‘우리사회’에 한정된 얘기는 아니지만 그 폭과 깊이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특정 국가에 대한 혐오부터, 성별, 인종, 지역 심지어 밥벌이(직업)까지 대상을 가리지 않으며, 혐오를 경쟁하는 듯한 ‘극혐문화’는 혀를 내두를 지경이다. 인터넷 포탈뉴스의 댓글을 들여다보는 것이 두려울 지경이니 정말이지, 80년대식 농담으로 말한다면 ‘나라와 민족의 미래’를 걱정해야 할 정도다.

특히 걱정하는 것은 그 혐오가 우리 사회의 근간에 대한 믿음을 흔들고 있다는 데 있다. 얘기하고자 하는 ‘언론 혐오’ 같은 것 말이다. 우리사회의 민주주의는 공동체 구성원의 자유로운 ‘공론’을 통해 미래를 결정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자유의 공동체이다. 때문에 공동체의 ‘공론장’인 언론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도 이런 ‘혐오문화’에 대한 성찰을 언론인들로부터 찾기 어려우니, 80년대 학번, 50대인 필자의 걱정을 마냥 기우로 치부할 수 있겠는가.

글쓴이는 우리사회 ‘언론혐오’의 근본원인을 찾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매일 과할 정도로 뉴스를 소비하면서도 뉴스를 있는 그대로 믿지 못하는 시민들이 많다면, 결국 언론인들이 생산해 내는 상품에 소비자인 우리 사회가 만족하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언론인들의 자성이 필요하다고 여기는 이유가 그것이다.

그럼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 시민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혐오의 감정은 싫어하고 원망하며 미워하는 부정적인 감정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어두운 지옥은 인간 마음의 지옥이다" 경험에 의하면 이런 부정적인 감정은 양날의 칼날처럼, 상대방 못지않게 스스로를 힘들게 한다.

그러니 원망하고 미워하는 부정적인 생각을 ‘증오’로 키울 것이 아니라 대안을 찾는 것이 자신과 사회에 이롭지 않겠는가.

뉴미디어, 영상시대를 지나 ‘1인 미디어’ 제작기술의 보급은 시민들의 참여미디어 시대 가능성을 열었다. 더불어 우리의 방송법은 법과 제도로 시민들이 스스로 방송미디어를 소유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회까지 마련해 놓고 있다. 눈 밝고 귀 맑은 시민들이라면 지난해 말, 주민이 직접 만드는 ‘옥천FM공동체라디오방송국’의 개국소식을 접했을 것이다. 지역민의 기부금을 씨앗삼아 충청북도 옥천군의 1만 3000여 가구들에게 옥천군민의 이야기, 소식을 군민들의 목소리로 전달하는 방송국의 개국은 언론 혐오사회에서 부정의 마음을 어떻게 긍정의 힘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옥천FM공동체 방송국은 하나의 예시일 뿐이다. 라디오, TV, 1인미디어 등 미디어를 배워 스스로세상과 소통하는 자신만의 ‘채널’을 만들어 가는 지혜를 배우자.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땅 충북에는 ‘충북시청자미디어센터’가 그런 곳이 되고자 한다. 단언컨대, 의지에 노력이 더해진다면 혐오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 장담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