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회 부의장

2월21일 아침 외교부 차관보 일행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긴급 상황보고를 하러 국회 부의장실을 방문했다. 외신으로 단편적으로 들려오는 이야기와 달리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전쟁으로 치닫고 있었다. 외교부는 ‘24일로 예정된 미-러 외교장관 회담이 사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었다.

상황은 예상보다 빨리 악화됐다. 푸틴 대통령은 모스크바 현지 시각으로 2월21일 루간스키-도네츠크 공화국에 러시아 군을 투입하라고 명령을 하달했다.

러시아와 미국, 영국은 1994년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5000여 기의 핵무기와 발사체들을 해체하면서, ‘우크라이나의 영토 주권을 지켜준다’고 약속했다. 러시아가 2014년 크림반도를 군사 점령한 직후 러시아와 영국, 프랑스 등은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안정화’ ‘우크라이나의 국경통제 복원’을 합의했다.

두 개의 국제조약은 휴지가 됐다.

북한은 1993년 3월12일 핵비확산조약(NPT) 탈퇴를 선언했다. 갓 출범한 김영삼 정부가 남북화해를 이유로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 노인을 북으로 돌려보낸 바로 다음날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어떤 동맹국도 민족보다 나을 수 없다"며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하지만 김일성은 NPT 탈퇴로 응수했다.

당시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이었던 나는 취재차 반기문 주미 한국대사관 공사를 만났다. 그때 반기문 공사는 내게 이렇게 설명을 했다.

"북한의 NPT 탈퇴는 ‘만난을 무릅쓰고 핵보유국으로 가겠다’는 선언입니다. 북한 핵문제는 10년 아니 20년 이상 우리를 괴롭힐 겁니다"

북한 핵문제가 촉발된 지 30년이 다 되어간다. 지금 북한은 플루토늄 핵폭탄, 우라늄 핵폭탄 50~60기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핵전력의 3두마차로 불리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실전 배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응은 천진난만 했다고 할까? 무지했다고 할까?

문대통령은 지난 5년간 전 세계를 돌면서 이렇게 외교활동을 벌였다.

"핵을 포기하겠다는 김정은의 말에 진정성이 있다. 믿어달라. 북한에 대한 유엔 안보리 제재를 풀어서 김정은의 숨통을 틔워달라"

프랑스 뉴질랜드의 정부 책임자는 문대통령의 면전에서 "유엔 안보리 제재 해제보다 북한의 비핵화가 먼저"라고 공박했다.

문정권은 며칠 전 끝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평창 동계 올림픽 평화쇼 시즌2’를 하겠다고 분주했다. ‘종전선언’이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선전전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이 정권 사람들은 김정은의 비핵화 약속이 한반도의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종전선언이 평화를 담보할 것이라고 믿는 것일까?

평화의 깃발을 앞세운 러시아군 탱크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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