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철 충청남도교육감

나에게는 단순하지만 사소한 습관이 있다. 인사하거나 만난 사람의 이름과 모습을 아주 잘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습관이 저절로 생긴 것은 아니다. 사람을 만나 인사하고 악수를 할 때, 최선의 관심과 친근한 정서를 가지고 대한다. 그리고 헤어질 때는 그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생각하며 마음속으로 그 이름을 반복해 불러본다. 이 사소한 습관은 교육현장에 있었을 당시 학생과 희망교육 실천에 땀 흘리던 동료교원들 그리고 현재 충남교육공동체 모든 구성원에게도 적용된다. 한 장의 명함을 받아 주머니에 넣을 때보다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떠올리며, 이름을 불러보면 따뜻한 온도와 의미를 갖게 된다.

지식채널e "사소함의 힘"편에 인구 870만의 거대 도시 뉴욕의 지하철 범죄 이야기가 나온다. 1980년대 연간 60만 건 이상의 중범죄 중 90% 이상이 지하철 범죄였다. 1994년 뉴욕 시장 루돌프 줄리아니는 지하철 흉악 범죄를 줄이기 위해 무려 6000개 지하철 차량의 낙서를 지우는 사소한 작업을 5년간 지속했다. 그 결과 뉴욕 지하철 범죄율은 75% 급감했다. 아주 작고 사소한 습관의 변화가 세상을 변화시킨 힘이 된 것이다.

내 업무 중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일은 ‘아침등교맞이’ 행사에 참여해 학생들과 만나는 일이다. 복장 단속과 벌점 매기기 중심의 등교맞이가 아니라, 교사들과 함께 등교하는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주고 학생들의 표정과 얼굴을 살핀다. 사소한 관심의 표현은 즐거운 학교생활을 실현하는 소중한 몸짓이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부르는 목소리의 온도만으로도 사제지간의 존중과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사소한 관심의 표현은 학교 공동체의 온도를 높인다.

교사 시절, 학생들과 함께하는 사소한 습관이 하나 있었다. 매일 아침 10분 이야기 독서를 하는 것이다. 학생들과 함께 짧은 이야기를 읽고, 생각을 글로 표현하거나 토론하는 것이다. 그중 아이소포스의 ‘사람다운 사람’이라는 우화가 생각난다. 아이소포스가 어렸을 때 선생님이 목욕탕에 가서 사람이 많은지 보고 오라 했다. 목욕탕 문 앞에는 큰 돌이 땅에 박혀 있었는데 지나던 사람이 모두 돌에 걸려 넘어지거나 발을 다치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돌을 치우지 않고 욕을 해댔다. 이때 어떤 사람이 돌을 단숨에 뽑아내고 목욕탕에 들어갔다. 아이소포스는 선생님께 달려가 목욕탕 안에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고 말했다. 선생님은 아이소포스를 데리고 목욕탕에 갔는데 사람들이 넘치는 것이 아닌가! 선생님은 아이소포스가 거짓말을 했다고 나무랐지만 아이소포스는 이렇게 말했다. "목욕탕 문 앞 돌부리에 사람들이 걸려 다쳐도 누구 하나 그 돌을 치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단 한 사람만이 그 돌을 뽑아 치웠습니다. 제 눈에 사람다운 사람으로 오직 그 사람 하나가 보였을 뿐입니다." 이 우화는 아주 작은 사소한 배려가 많은 사람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소중한 교훈을 남긴다.

충남교육의 교육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이러한 사소함을 소중히 여기는 가치에서 시작한다.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겠지만,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는 것처럼 나는 오늘도 모든 사람의 이름을 불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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