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선 충남과학기술진흥원장

2022년 임인년(壬寅年)이 시작된 지 1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이 오미크론으로 변종되면서 2년여간 지속되어온 신종전염병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미중 기술패권전쟁은 중국 시진핑의 장기 집권과 함께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면서 트럼프에 이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40년 만에 최대폭으로 상승한 물가를 진정시키려는 미국연방제도의 긴축 움직임에 이어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 불안이 겹치면서 국내 및 국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대한민국의 수출 총액은 2021년 관세청에 따르면 6444억 달러인데 이중 25.2%인 1629억 달러가 중국이고 미국이 14.8%인 959억 달러로 두 나라를 합치면 40% 수준에 이른다.

미국과 중국에 대한 경제 협력의 중요성은 차치하고라도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대한민국은 안보 및 정치적으로 미국과 동맹국이며 중국과는 수천년의 역사를 통하여 교류를 이어온 이웃 국가이다.

특히 등소평의 정경분리에 따른 시장경제 노선 채택 이후 미중 양국 모두 우리가 멀리할 수 없는 매우 중요한 국가이다. 그러나 양국의 기술패권전쟁이 가속화되면서 우리는 미국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을 택할 것인가하는 양자택일의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최근 크림반도 소유권을 둘러싸고 촉발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임박 상황의 핵심에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의 NATO동맹에 가입할 것인가 아니면 친 러시아 국가로 계속 남을 것인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놓여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엄청난 희생이 동반될 수 있는 선택의 운명이 어쩌면 양육강식의 냉혹한 국제정치속에서 타산지석으로만 볼 수 없는 우리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인지 모르겠다.

미중 기술패권전쟁이 시작된 이유는 단순하지가 않다. 미국과 중국은 년간 6500억 달러를 선회하는 무역 규모를 달성하면서도 지정학적, 그리고 역사적으로 근본적인 차이를 극복하기 어려운 갈등이 존재한다. 미국은 다수당 의회 민주주의, 기독교적 인권존중, 시장경제, 법치주의에 근거한다면 중국은 공산당 일당독재 사회주의 및 시장경제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시장경제라는 공통 분모와 함께 양국 간의 포용과 교류를 통한 공통이익의 추구라는 명목아래 협력은 시작되었지만 1979년 수교 이후 1983년부터 미국은 대중국 무역에서 만성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특히 중국의 미국 지식재산권 편취, 국제규범과 제도의 무시, 불공정한 무역, 그리고 2021년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시진핑의 마르크스주의의 중국화 선언 등에 불만을 갖고 있다. 중국 또한 미국의 인권문제 간섭, 중국몽 일대일로 견제를 위한 아시아태평양 전략과 쿼드(Quad) 및 오커스(Aukus) 협력강화, 그리고 대만에 대한 무기 수출 등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중의 갈등은 지정학적, 사회적 요인으로 출발하여 안보 및 경제 무역전쟁으로 발전했고 특히 미국은 첨단과학 산업기술과 지적재산권을 무기로 국제가치사슬(GVC)의 중국 의존성을 줄이면서 미국의 리쇼링(기업을 다시 국내로 돌아오게 하는)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즉, 미국의 동맹국이 참여하는 GVC재편을 추진함으로서 중국의 경제상황을 어렵게 하여 궁극적으로 중국의 시진핑은 미국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안보 동맹국으로서 대한민국 또한 이러한 미국의 GVC재편 활동에 적극적인 동참을 다방면으로 요청받고 있다.

우리는 물론 중국과 현재의 GVC체재를 고수하면서 미국의 안보동맹국으로서의 위치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책이겠지만 자국의 이익이 첫째인 국제 정치에서 어쩌면 우리 또한 우크라이나와 같이 양자택일 선택의 기로에 놓여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중대한 시점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은 무엇이 있을까. GVC속에서 이스라엘과 같이 배제할 수 없는 첨단원천과학기술과 인력을 보유하고 대중국, 대미국 협상에서 레버리즈 역할을 할 수 있는 ‘린치핀(Linchpin)’ 국가가 되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린치핀이 빠지거나 없어져서 미중기술패권전쟁이 더욱 확전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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