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충청 호흡기질환 환자 가검물 표본 분석결과 RSV 55건 검출
코로나 제외 호흡기 바이러스 7종 중 최다 검출, 3세 이하 유행
대응체계 미흡해 증상 있어도 코로나 의심환자 분류… 부모 우려

RSV바이러스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RSV바이러스 = 충청투데이 그래픽팀.

[충청투데이 노세연 기자] 코로나19(이하 코로나)에 이어 설상가상으로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이하 RSV)’까지 번지며 우려가 커지고 있다.

RSV는 주로 3세 이하 영·유아들 사이 비말을 통해 전파돼 콧물·인후통·기침 등을 유발하다가 심해지면 모세기관지염·폐렴 등으로 이어지는 급성 호흡기 바이러스다.

27일 충청권 각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지역의료기관에 내원한 호흡기질환 환자의 인후 가검물 표본을 분석한 결과 RSV바이러스가 검출된 횟수는 △대전 15건 중 9건(60%) △세종 30건 중 8건(26%) △충북 30건 중 22건(73%) △충남 53건 중 16건(30%) 등이다. 이는 코로나를 제외한 급성호흡기바이러스 7종(인플루엔자·파라인플루엔자·아데노·호흡기세포융합·리노·보카·메타뉴모바이러스) 중 검출률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코로나 호흡기 증상과 상당 부분 유사한 RSV가 지역사회 내 전파되고 있지만 지자체 차원의 관련 대응 체제는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밀접접촉자 자가격리 10일’과 같은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는 코로나와 달리 RSV는 관련 방역지침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현재 충청권 유아교육기관 내 RSV환자 발생 시 학부모·기관장의 자율적 선택에 따라 환아 격리·시설 휴원 여부 등이 결정되고 있다.

대전 서구에 거주하는 이모(36) 씨는 "지역 내 RSV가 유행 중이지만 관련 매뉴얼이 없다 보니 자녀가 RSV 증상을 보여도 그냥 등원시키는 부모가 많다. 때문에 아무리 조심해도 감염을 막을 길이 없어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미흡한 RSV 대응 체제는 일선 병원 현장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RSV 환자에 대한 격리구역·인력·설비가 부재해 해당 바이러스로 인한 발열 및 호흡기증상을 보이는 환아가 병원에 내원해도 코로나 의심 환자로 분류되는 것.코로나와 별개로 취급돼야 하는 RSV가 동일 의료 체계 안에 포함돼 즉각적인 진료가 지연되고 적절한 치료가 어려워지는 실정이다. 이에 지역 의료계는 코로나뿐만 아니라 RSV와 같은 호흡기감염바이러스에 대한 방역·의료체계의 전반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오준석 대전건양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영유아는 해부학적으로 기도가 작고 흉벽이 단단하지 않아 저산소 상태를 극복하는 호흡 조절 중추가 미숙해 RSV 감염 시 신속한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며 "RSV에 대한 치료동선·인력·설비 등이 구비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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