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외욱 천안불당고 교사

학교의 아침은 매일 ‘조회’로 시작한다. 교사는 ‘조회’를 활용해 일과 시작 전 학생 출석을 확인하고, 교내 주요 사항을 안내하며 학교 규칙을 잣대로 생활 지도를 한다. 그리고 우리는 ‘조회’를 통해 시작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반장의 "차렷" 구령과 함께 일동 인사하는 방식은 구식이다 못해 전통적 교실 인사법으로 여겨진다.

칠판 위 태극기, 사자성어와 덕목으로 가득한 교훈과 급훈의 액자 등도 20년 전 본인이 기억하는 교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제강점기 식민지 조선의 학교는 지금과 달랐을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대동소이하다. 어떻게 보면 일제의 잔재가 깊이 스며들다 못해 개선의 인식조차 못하는 우리의 아픈 현실이라 본다.

애초에 학교의 ‘조회’가 천황과 본국(일본)을 위해 마련한 교육적 법률 장치임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일제는 『조선교육령』의 하위 법령인 「보통학교규정」을 통해 ‘조회 식순과 행사 기간, 활동 내용’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통제하는 치밀함을 보여줬다. 식민지 조선인에 대한 국가주의(천황제) 이데올로기 주입, 황국신민 사상 강화, 본국(일본)을 위한 군인 양성의 정치적 목표가 뚜렷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학교의 아침은 ‘조회’가 시작된 이래 ‘통제와 규율’, ‘국가주의에 희생될 개인’, ‘도덕적 훈련’으로 진행됐다. 모두가 공감하듯 오늘날 우리의 교실도 이와 같은 가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세계적인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는 미래지향적 학교의 가치를 정의하며 ‘혁신’과 ‘문제해결력’, ‘자기주도성’을 강조했다. ‘조회’로 시작되는 우리 학교의 아침을 ‘통제, 강압, 타율성’에서 벗어나 새로운 미래지향적 가치로 채울 때 진정한 일제 잔재 청산의 첫 걸음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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