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패스에 물가 상승·대출 절벽까지 겹쳐 자영업자 ‘벼랑 끝’ 몰려
외식업중앙회 대전시지회 등 동맹휴업 의견, 총궐기 준비하는 곳도
배달 지연되자 리뷰 테러 등 악성민원 폭탄… 금융 지원도 속수무책

점심시간 텅 빈 음식점. 연합뉴스 제공.
점심시간 텅 빈 음식점. 연합뉴스 제공.

[충청투데이 권혁조 기자] 벼랑 끝까지 내몰린 자영업자들이 더 이상은 버틸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방역패스와 영업시간·인원 제한, 배달 지연 등의 화살은 모두 자영업자들에게 쏟아지고, 물가 상승과 대출 절벽까지 날로 경영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탓이다.

21일 외식업중앙회 대전시지회 등은 지역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동맹휴업’에 대한 찬반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의 주먹구구식 방역 대책에 항의하는 의미로 ‘한 날 한 시’에 모든 영업장 문을 닫겠다는 것이다.

또 일부 자영업자들은 총궐기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려는 것은 코로나19 이후 정부의 방역지침이 대부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만 집중되면서 더 이상은 버틸 여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게 지역 자영업자들의 주장이다.

대전 서구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김 모(38·여) 씨는 "대형마트나 종교시설에 훨씬 많은 사람이 몰리는데 소규모 식당들만 규제하는 것은 누가 봐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모든 책임을 자영업자들에게만 돌리고 있다. 가게 문을 닫게 했으면 손실에 맞는 보상도 따라야 당연한 이치"라고 토로했다.

백신패스와 지난 11일부터 재개된 인원·시간제한 등의 강화된 방역조치도 결국 자영업자들의 책임과 부담만 늘었다는 하소연이다.

디지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이나 백신미접종자들의 불만까지 자영업자들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업시간과 인원제한 조치가 더욱 강화되면서 저녁 장사는 포기해야 한다는 불만도 속출하고 있다.

대전 서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서 모(42) 씨는 "9시에 문을 닫는 데 손님들이 찾아오겠느냐. 주말부터 어제까지 10만원도 못 팔았다"며 "인건비라도 줄일 수 있게 차라리 문을 열지 않는 게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시간 제한 이후 배달 수요는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겨울철 한파와 라이더 부족 등의 문제로 배달이 지연되면 ‘리뷰 테러’ 등의 악성민원도 자영업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대형배달 플랫폼에 수수료와 배달비용을 지불하고 배달만 맡기는 개념인데 불만은 자영업자들에게만 집중된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사면초가’에 놓인 가운데 계속되는 금융지원도 ‘속 빈 강정’에 불과하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이미 대출한도를 소진했거나 신용도가 하락했고, 기존 대출이 남아있으면 금융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외식업중앙회 대전시지회 관계자는 "자영업자들의 희생이 너무 크다. 회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집단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대전지역 음식점 2만여 곳이 동시에 문을 닫을 수 있다"고 말했다.

권혁조 기자 oldboy@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