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평소에는 실감하지 못하다가 그야말로 한 해가 저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송년음악회도 그중의 하나다. 얼마 전 초대받은 송년음악회에 이런 인사말로 영상 축사를 보낸 적이 있다. “클래식을 들으며 분주했던 한 해를 돌아보고, 재즈를 감상하며 힘들었던 한 해를 정리한다는 것, 생각만 해도 참 멋진 일입니다.” 음악회로 한 해를 정리한다니.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무대에 오른 연주자도, 공연을 감상하는 관객도 참 멋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크리스마스트리 점등 행사도 그렇다. 이맘때면 서구청 앞 보라매공원에는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불을 밝힌다. 해마다 인사말에 빠뜨리지 않는 대목이 있다. “오늘 이 불빛이 우리 사회의 소외되고 그늘진 곳까지 구석구석 환하게 밝혀주길 바랍니다.” 이날은 신자들만 참석하고 기도하는 게 아니다. 길을 지나던 직장인, 연인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조용히 마음을 가다듬는다. 길거리에 마주치는 구세군 냄비, 옷깃에 달린 사랑의 열매 배지도 연말을 느끼게 하는 풍경이다.

또 한 해가 저문다. 클래식과 재즈를 들으며 지난 1년을 보내고, 불 밝힌 크리스마스트리를 보며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은 사실 특별한 일이 아니다. 이맘때면 목격하는 흔한 일상의 풍경이다. 그나마도 지난 1년 동안 많은 분의 피땀으로 이루어진 일상이라는 사실을 알기에 여느 때와 달리 각별한 의미로 다가온 건지 모른다. 그렇다. 2021년에도 우리가 불편과 희생을 감수하며 코로나19와 맞서 싸운 것은 가족과 이웃의 생명, 그리고 이와 같은 소중한 일상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우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걸었다. 조금만 더 견디면 끝날 것 같았던 코로나19는 번번이 모두의 기대를 헛되게 만들었다. 변이를 거듭하고 더 강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을 실감하게 했다. 하루하루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최전선의 의료진은 번 아웃(burn out)을 호소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상당수는 버티기 어려운 막다른 길에 몰리기도 했다. 끝없이 이어지는 고강도 거리두기에 주민들의 피로와 허탈감은 가중됐고, 일상을 되찾고 싶은 마음은 더욱 간절해졌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서구민과 공직자는 창의적인 적응력을 발휘하며 새로운 현실에 대처할 최선의 방법을 찾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 노력한 결과, 여러 분야에서 값진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험난한 여정에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고 파도를 하나씩 넘었다. 여전히 많은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지만, 우리는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며 역경을 극복한 소중한 경험을 쌓았다.

서구는 ‘비도진세(備跳進世)’를 2022년 구정 사자성어로 정했다. 전 직원이 참여하는 공모전과 설문조사를 거쳐 선정된 사자성어이다. 비도진세는 글자 그대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세상으로 힘차게 나아가다’라는 뜻이다.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일상회복 전환의 새로운 원년, 도약과 혁신의 자세로 나아가자는 의지를 내포하고 있다. 내년 이맘때쯤 마주하는 연말 풍경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라고 믿는다. 2021년을 마무리하고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맞이하며 비도진세를 마음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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