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프랑스 대입자격시험 바칼로레아는 19세기 나폴레옹 제정 때 시작됐다. 20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바칼로레아는 2차 세계대전 중에도 치러졌다. 하지만 코로나19의 파도는 넘지 못했다. 2020년 국가비상사태로 봉쇄령이 내려진 가운데 프랑스 정부는 6월 예정이던 바칼로레아 시험을 취소했다. 내신 성적으로 대체하면서 프랑스 수험생과 교사들은 큰 혼선을 빚었다. 프랑스만이 아니다. 스웨덴과 아일랜드도 시험을 취소했고, 상당수 국가가 연기하는 등 지난해 유럽은 대입 혼란이 속출했다.

유례없는 코로나 팬데믹은 세계 각국의 대학 입시에도 여파를 미쳤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만 우리는 시험을 아예 취소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대체하는 대신 2주 연기를 선택했다. 지난해 12월 우리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자 프랑스를 비롯한 외신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수능에 동원된 고강도 방역 조치를 자세히 소개하며 이렇게 전했다. “위기는 한국 문화의 일부다. 하지만 이 위기는 한국 사회를 마비시키는 것이 아니라 더욱 역동적으로 만든다.”

수능 연기가 처음은 아니다. 2017년 11월 수능을 일주일 앞두고 경북 포항에서 강진이 발생하면서 수능이 연기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수험생들은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잠시 갑론을박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곧 수험생들은 포항 지역 학생들이 처한 어려움을 걱정하고 위로하는 어른스러움을 보였다. 예정대로 시험을 강행하는 게 오히려 공정하지 않다는 의연한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위기 때마다 이웃을 생각하는 우리의 공동체 정신은 수능 때도 빛을 발했다.

11월 18일 오늘, 50여만 명의 수험생이 전국에서 수능을 치른다. 수능일은 수험생뿐만 아니라 전 국민이 긴장하는 날이다. 특히 수험생 자녀를 둔 학부모는 비록 몸은 시험장 밖에 있어도 마음만은 교실에서 시험을 치르는 심정으로 하루를 보낸다. 시민들도 출근을 늦추고, 함께 학부모의 마음이 되어 수험생들을 응원한다. 올해는 특히 그렇다. 수능 준비만으로도 힘든데,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긴장된 하루하루를 보냈을 수험생과 학부모들을 생각하면 안쓰럽고 미안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시험이 끝나면 그동안의 수고를 위로하고 지친 심신을 달래줄 기회라도 마음껏 가져야 할 텐데, 안타깝게도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이달부터 우리도 위드(with) 코로나의 첫발을 내디뎠지만, 확진자가 줄지 않고 중증 환자가 늘면서 다시 경고등이 켜졌다. 우리보다 먼저 방역조치를 완화한 유럽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심해지자 백신 미접종자 외출 금지 등 다시 방역의 고삐를 죄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위해서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서구는 철저한 방역과 안전조치 속에 19일부터 3일간 대전 서구힐링 아트페스티벌을 개최한다. 행사장 관람객은 500명 이내로 제한하며, 특별공연은 코로나19 방역수칙에 따라 사전예약자만 입장이 가능하다. 비록 코로나19 이전의 화려한 축제를 만끽할 수는 없지만, 잠시나마 휴식의 시간을 갖기에는 충분하다고 자부한다. 서구청 앞 보라매공원에서 긴장을 풀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져보시길. 끝으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묵묵히 미래를 준비한 수험생, 함께 땀 흘린 학부모님과 선생님들께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여러분의 밝은 미래를 위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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