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이 키우는 아이들 숨은보석 찾기 캠페인]
11 터키석을 닮은 현정이 (下)
TV 속 당당한 아나운서 모습에 푹
고등학생 되고도 자주 뉴스 시청
초등학생 때 방송반 경험 큰 자산
단체 줄다리기 등 운동회 진행 담당
중학교 교감 선생님덕 방송국 견학
아나운서 만나 발음 등 조언 들어
롤모델 손석희… 언론인 감정 궁금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마을이 키우는 아이들 ‘숨은보석찾기’ 캠페인은 지역 소외계층 아동들이 경제적·정서적인 지원과 차별 없는 교육기회를 제공받고 꿈을 키워나가며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관심을 쏟는데 목적이 있다. 이번 캠페인의 11번째 보석, 안현정(17. 가명) 학생의 꿈은 사회 이슈를 또렷하게 전달하는 아나운서다. 특히 현정이는 필요한 소식을 균형 있게 전하면서 정의와 공정이 이뤄지는 세상을 꿈꾼다. 숨은 원석이었던 현정이가 균등한 환경 속에서 멋진 보석으로 거듭나는 훗날에 주목해본다. <편집자주>

◆당당하고 똑 부러지는 TV 속 이상향

때는 중학교 3학년. 현정이가 아나운서의 꿈을 가지게 된 계기는 어느 날 우연히 본 TV에서 비롯됐다. 뉴스 속 빠르게 흘러가는 세상 이야기에 매료돼 있던 순간,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아나운서를 보게 된 것이다. 당당하고 똑 부러지는 말투, 기품 있는 몸짓, 부드럽지만 강단 있어 보이는 눈빛까지 모든 점이 멋있어 보였다. 뉴스데스크에 앉아 뉴스를 진행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니 심장이 마구 두근거려 ‘둥둥’하고 북소리가 나는 듯했다.

현정이는 고등학생이 된 요즘도 뉴스를 자주 보는 편이다. 이전보다는 여유 시간이 많이 없어졌지만, 그래도 뉴스 보는 시간만큼은 놓치고 싶지 않다. 최근에는 청소년 코로나19(이하 코로나) 백신 접종과 관련한 뉴스를 유심히 봤다. 현정이에게도 해당되는 내용이라 더 눈길이 갔다. 백신을 맞는 건 무섭지만, 어떻게 하면 시민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전해줄 수 있을지 고민을 해보기도 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와 백신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훗날 언론인이 됐을 때 개인적으로 싫은 감정을 두고 뉴스 전달을 편향적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안현정 학생은 “나중에 아나운서가 되면 사회 이슈와 정치 등의 뉴스를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다”며 “빠르게 정보를 전달받아서 대중에게 소식을 알리는 부분이 멋있고, 그런 아나운서가 되고 싶다”고 전했다.

◆꿈의 촉매제가 된 방송반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방송반 활동을 했던 경험은 현정이에게 큰 자산이 됐다. 5~6학년에는 교내 아나운서로서 학교 소식을 전달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수많은 방송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6학년 운동회 때다. 현정이는 학교 운동회의 시작부터 끝까지 안내 방송을 통해 원활한 진행을 이끌었다. 단체 줄다리기를 할 때도, 반별 계주를 할 때도 현정이의 방송으로 운동회의 전반적인 순서가 이뤄졌다. 하지만 계속 마이크 앞에 앉아 있어야 했기 때문에 종목 출전은 사실상 불가능했을 뿐더러 친구들과 사진을 찍는 등 운동회를 즐기지 못한 점도 있다. 그럼에도 운동회가 현정이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은 까닭은 선생님과 친구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덕분이다. 정신없이 운동회가 끝나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고생했다”는 칭찬을 들었을 때 힘들었던 것들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다.

이밖에 방송반 활동은 현정이에게 그야말로 꿈의 촉매제가 됐다. 학생들이 아침 등교를 할 때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도록 신나는 노래를 틀어주고, 각종 교내 행사에서는 교장선생님 말씀이 정확히 전달될 수 있게 카메라 구도를 잡기도 했다. 재난 상황에 대비해 비상 대피 훈련을 할 때는 안내 멘트를 하며 훈련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왔다. 이러한 경험들은 아나운서의 꿈을 꾸고, 가꿔나가게 했다.

◆ 목표를 향해 한 걸음 씩 나아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현정이는 하루하루 꿈을 향해 정진하고 있다. 지난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숨은보석찾기 캠페인에 참여 신청을 했고, 당시 중학교 교감선생님의 도움으로 지역 방송국에 견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현정이가 아나운서를 꿈꾸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교감선생님이 TV 너머 진짜 현장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조력자가 되어 준 셈이다. 방송국에 가서 실제로 뉴스가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니 꿈이 가까이에 다가온 느낌이었다. 동경하던 아나운서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기회도 가졌다.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질문도 해봤다. 당시 만났던 아나운서는 발음 연습이 필요하고, 신문 스크랩을 많이 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꿈의 장애물이었던 경제적인 어려움도 큰 부분 해결했다. 장학금을 받는다면 꿈을 위해 쓰고 싶다는 현정이의 바람처럼, 꿈의 거름으로 삼아 배움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당초 아나운서 학원에 다니고자 했지만 코로나로 인해 한계점이 있어 문제집이나 책 등을 구입하는데 장학금을 쓰고 있다. 책을 읽으며 배우고, 기록하는 것에 노력하고자 한다. 현정이는 꿈을 이루는데 필수적인 학업 성취에도 게을리하지 않을 생각이다.

◆ 10년 후 내 모습

현정이는 본받고 싶은 롤모델로 언론인 손석희를 꼽았다. 처음으로 보고 관심을 갖게 된 뉴스의 진행자였기 때문이다. 깔끔한 모습으로 깔끔한 뉴스를 진행하는 것을 보고 아나운서에 대한 꿈이 더욱 커졌다. 만일 손석희 씨를 만나게 된다면 수십 년간 언론인으로 살아오며 현재 느껴지는 감정을 물어보고 싶다.

현정이는 10년 후 미래에 대한 생각도 진솔하게 밝혔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까지 잘 졸업해서 좋은 배우자를 만나 직업을 가지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올해의 끝자락에서 숨은 보석을 찾는 날이 다가올수록 설레는 감정도 내비쳤다.

안현정 학생은 “이번 캠페인으로 꿈에 한 발짝 더 다가가는 것 같고 뿌듯한 성취감이 가득하다”며 “무엇이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마음을 잃지 않으며 저를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사랑으로 무럭무럭 자라겠다”고 말했다. <끝>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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