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호 충남소방본부장

▲ 조선호 충남소방본부장
▲ 조선호 충남소방본부장

약방에 감초가 빠질 수 없는 것처럼 생일상에는 미역국이 오른다. 값비싼 음식은 아니지만 한 사발의 미역국이 담고 있는 의미는 각별하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렇다. 8세기 중국 당나라 현종 때 편찬되었다는 ‘초학기(初學記)’의 기록에 의하면 새끼를 낳은 고래가 미역을 뜯어 먹고 지혈이 되는 것을 보고서 고구려인들이 산모에게 미역을 먹였다고 한다. 과거 유럽에서는 미역을 바다에 나는 잡초처럼 여겼었지만 최근 들어 슈퍼푸드로 각광을 받으며 덩달아 우리나라의 미역 수출도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생일 미역국과 관련해서는 그리 기분 나쁘지 않은 논쟁도 있다. 일반적으로 자식의 생일에는 어머니가 미역국을 끓여서 밥상을 차려준다. 그러나 효도의 의미로 오히려 부모님께 미역국을 올려야 맞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으로는 미역국을 누가 끓였느냐는 문제가 아닐 것이라고 본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귀한 자식이 태어난 날이니 꼭 챙겨주고 싶을 것이고 자식의 입장에서는 부모님에 대한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가 차렸느냐를 따지기보다는 가족이 모여 따뜻한 미역국에 사랑과 정을 담아 나누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오는 11월 9일은 소방관들의 생일이라고도 하는 ‘제59주년 소방의 날'이다. 소방의 날은 시대에 따라 내용도 변해왔다. 요즘에는 소방공무원과 의용소방대원과 같은 소방가족들을 격려하고 국민을 향해서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과 약속을 밝히는 날로 정착되었다. 하지만 원래 소방의 날은 화재가 증가하는 겨울철을 대비한 불조심 홍보 활동으로서의 색채가 더 강했다. 그래서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불조심 행진, 소방차 퍼레이드와 같은 다채로운 행사를 했고 행사명을 ‘불조심의 날’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얼핏 소방의 날을 단순히 소방가족들만의 날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생일날 미역국의 의미처럼 모두 함께하는 날이 되어야 한다고 본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애쓰는 소방가족들을 격려하는 것도 당연하지만 나와 이웃의 안전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소방정책에 적극 참여해 크고 작은 도움을 준 국민들께 감사하는 날이기도 한 것이다. 생활현장에서 일어나는 각종 재난과 사고에 대한 대응활동은 119신고 접수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그 119신고는 국민들이 하는 것이니 소방대응 활동은 국민과 소방기관이 함께 하는 것이다. 119신고가 늦어지거나 내용에 오류가 있으면 그만큼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이 어려워지고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올해 8월부터 충남소방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행하고 있는 시책이 모범적인 119신고자에게 처리결과를 알리고 감사의 뜻을 전하는 ‘119신고 고마워유’이다. 119상황실에 접수되는 내용을 보면 무심코 지나쳐버릴 수도 있었지만 나의 일처럼 신고해 주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국민과 소방기관이 하나가 되지 않으면 소방활동은 애당초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소방의 날을 앞두고 미역국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국민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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