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원 대전시의사회 회장

'의료법 개정 백지화로 의권신장 이룩하자', '일치단결 투쟁으로 의료법 개악 저지하자', '복지부의 졸속행정 국민들만 또 죽는다', '의료인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라'.

이것은 그동안 흔히 보아왔던 노동단체의 구호가 아니다. 바로 지난 11일 보건복지부가 있는 과천에서 의사들의 의료법 개정 반대 집회에서 나왔던 20여 개 구호 중 일부이다.

왜 의사들이 의약분업 반대 집회 이후 7년 만에 거리로 뛰쳐 나왔을까?

아마도 시민들은 또 무슨 밥그릇 싸움인가 하고 의아해 할 것이다. 그러나 지난 의약분업 투쟁이 밥그릇 싸움이 아니었듯이 이 싸움 또한 더욱 밥그릇 싸움이 아니다.

의약분업 당시 의사들의 반대 명분은 첫째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의료비 4조 5000억 원 상승), 둘째 국민 불편, 셋째 완전 의약분업 불가능 등이 있다.

지금에와서 국민 80%가 잘못된 제도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어느 지역에서는 의약분업 철폐 시위도 있었다. 결국 의사들의 투쟁이 옳았다는 것이 지금의 국민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한 번의 제도가 확립되면 고치기 어렵고 되돌아 간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전제 하에 금번 의료법 개정은 정부가 국민 편의적 관점에서 개정했고 의료계도 참여한 만큼 절대로 양보할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점에 문제가 있다.

의료법 개정안 내용 중 의료계가 제기하는 문제점을 몇 가지 언급하고자 한다.

제1조 목적 조항에서 현행은 국민의료에 관한 사항으로 규정했으나 개정안은 이를 의료인, 의료기관으로 축소, 의료인의 국민 건강에 대한 책임을 증대시킨 반면 국가의 책임을 최소화했다.

제3조 설명의 의무를 들 수 있다. 이는 지금도 잘 지켜지고 있고 방어적 수단으로도 현행 의료행위에서도 의사들이 신경을 쓰며 하고 있는 행위이다.

그런데 개정법에 이를 규정함으로써 새로운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이 발생될 소지가 있다.

복지부에서는 상징적 의무규정이라고 하나 설명정도의 구체적 사항을 어찌 법으로 정할 것이며 의료 과실이 없음에도 진료기록부 설명 의무를 문제삼을 경우 의사들의 진료행위는 위축될 것이다.

제4조 의료행위에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들이 포함돼 있으나 개정안에서는 투약이라는 단어가 빠짐으로써 약사에게 조제권뿐만 아니라 투약권까지 위임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즉 명백한 의료행위임에도 투약을 의료행위 범주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제6조 표준진료지침은 어느 나라에도 없는 법이며 의료인 단체나 전문학회가 자율적으로 회원에게 권장하는 사항이지 강제 지정의 대상은 아니다,

이는 정부가 판사의 형량을 정하고 이에 따르라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보는 것이다.

더욱 진행되면 국민 건강에 피해를 초래할 것이며 새로운 의료기술이 탄생될 때마다 이의 지침을 비전문 입장에서 계속 만들 것인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항인 것이다.

제22조 유사의료업자(스포츠마사지사, 피부관리사, 문신, 카이로프로헥스) 등에 대한 행정단속, 법 체벌 등도 현재 할 수 없는 사항에서 제도권 내에서의 양성화는 오히려 불법의료가 증가되고 이에 대한 의료적 합병증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다.

여러 개정안 중 일부에 대해서만 설명했지만 근본적으로 이번 의료법 개정은 의료인의 자율성을 배제하며 통제를 강화하고, 의료사회주의 확립을 위한 불순한 목적이 있어 받아들일 수 없으며 실패한 의약분업의 망령이 되살아 나기 때문에 국민 건강의 편의성이 강조돼도 이를 믿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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