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

조승래 국회의원
조승래 국회의원

99% 성공, 1% 과제. 지난 21일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우주로 힘차게 날아오르자 이를 지켜본 네티즌이 한 말이다. 비록 마지막 단계에서 위성 모사체가 목표 궤도에 안착하지 못해 완벽한 성공은 이루지 못했지만, 첫 번째 발사로는 매우 훌륭한 성과라는 것이 대다수의 평가다.

누리호는 설계부터 제작·시험·발사 운용 등 모든 과정이 순수 우리 기술로 진행된 우주발사체다. 이번 누리호 발사가 "대한민국 우주시대를 활짝 열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2차 발사는 내년 5월로 계획돼 있으며, 이번 주부터 시작된 누리호 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완벽한 비행을 위한 도전이 계속될 예정이다.

이제 중요한 건 미국 주도하에 개막된 '뉴스페이스 시대'에 발맞춰 우리나라 민간 우주산업 생태계를 하루빨리 육성하는 일이다. 지난주 끝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필자가 지적했듯이, 우리나라 우주산업 진흥을 위해선 우주개발사업 방식을 현행 연구개발(R&D) 위주에서 조달 방식으로 전환하고, 민간기업 육성을 위한 기술·자본·인력양성 방안을 조속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보유한 우주 기술 특허는 많지만 실제 민간에 이전된 특허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해당 기술의 무상양허, 선급실시료 면제, 경상기술료 확대 등을 통해 민간 기술이전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주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우주산업 모태펀드 조성을 적극 검토해 성장 가능성이 있으나 자금력이 부족한 우주분야 창업 초기기업에 대한 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질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우주분야에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 플랫폼을 각 지역별로 구축해 더 이상 지방 소재 우주기업들이 인력부족을 이유로 서울로 옮기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방안들은 올해 한미 미사일지침 종료 이후 필자가 개최한 '우주개발 영향 및 대응 방향 토론회'(6월 7일), '뉴스페이스 시대, 국내 우주산업 육성방안 토론회'(6월 21일), '우주산업 분야 스타트업 육성 정책간담회'(9월 24일) 등에 나온 의견을 토대로 도출한 것으로서, 현장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특히 우주 스타트업 간담회에 참석한 발사체 기업들은 누리호 발사 이후 민간 우주발사체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신속한 규제 완화를 통한 시험 부지 확보가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향후 3~4년이 우리 기업들에겐 세계시장 진입을 위한 '골든타임'일 수 있는데, 현재 정부가 나로우주센터 청석금에 구축 중인 고체 발사장은 2024년에야 완공되므로 너무 늦다는 것이다.

민간 발사체 업계가 원하는 발사장 및 시험 부지는 정부가 추진 중인 '우주산업클러스터' 내에도 설치할 수 있다. 우주산업클러스터는 우리나라 우주산업을 집약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지역으로, '우주개발진흥법'이 개정되면 지정될 일종의 '우주산업특구'다. 우주산업클러스터에는 우주산업 융복합 및 관련 산업과의 연계발전 촉진을 위한 연구기관, 기업, 교육기관들이 가까운 거리에 입지 해 있어야 한다. 우주기술 개발과 활용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조건에 딱 들어맞는 지역이 바로 대전이다. 대전은 우리나라 대표 과학도시로 우주 관련 연구기관, 기업, 교육기관이 밀집한 곳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을 비롯한 여러 정부출연 연구기관들과 위성·발사체 분야의 수많은 기업들, 그리고 최근 '뉴스페이스 리더' 교육과정을 시작한 카이스트까지 우주산업클러스터가 필요로 하는 모든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경남 사천이 우주산업의 제조 거점, 전남 고흥이 발사·운용 거점이라면 대전은 융복합 연구개발 거점으로서 대한민국 우주산업의 3축을 담당할 역량이 충분하다고 본다.

대한민국 우주개발의 역사, K-스페이스 시대로의 도약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300개 기업들을 비롯한 민간 업체들이 K-스페이스 시대의 주역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술이전, 규제완화 등 우리 실정에 맞는 다양한 민간 우주산업 생태계 육성 전략이 추진돼야 한다. 그 중심에 대전이 우주산업 거점으로 기능하며, K-스페이스 시대를 이끌 전진기지 역할을 톡톡히 해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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