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원 '갑질금지법' 시행 이틀째… 업무 범위 명확히
현장선 "달라진 것 없다… 갑질도 여전" 토로하기도
경비원 갑질 문제, 업체·입주민 모두의 의식 변화 필요

22일 대전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전민영 기자.
22일 대전의 한 아파트 경비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전민영 기자.

[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뭐 달라진 게 있긴 해요? 경비원 갑질금지법인지 뭔지 입주민들은 아무도 관심 없어요. 분리수거나 택배보관 매일 하던 일이고, 제초작업도 하면 또 하는 거죠 뭐. 뭐 달라진 게 없잖아요.”

22일 오후 3시경,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경비원 A 씨가 배출된 분리수거를 정리하며 말했다.

공동주택 경비원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경비원이 담당하는 일과 담당하지 않는 일을 구분한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일명 경비원 갑질금지법)이 시행된 이틀째.

이번 개정안은 공동주택 경비원들의 업무 범위에 주차관리, 낙엽 청소, 제설작업, 재활용품 분리배출 정리, 택배 및 우편물 보관 등을 포함했다.

다만 대리주차와 택배 전달은 금지됐다.

불법주차를 감시하거나 사고 방지를 위한 주차관리는 허용되지만 입주자 차량을 대리주차하거나, 집 앞까지 우편물을 가져다주는 행위 등이 금지된 것이다.

하지만 이날 현장에서 만난 경비원들은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사실상 달라진 게 없다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입주민들로부터 암암리에 들어오는 잔심부름은 여전하다고 토로했다.

A 씨는 “오늘 점심에도 통장을 맡고 있는 한 입주민이 인터폰으로 불러 담배랑 술 좀 사다다 달라로 했다”며 “어제부터 경비원 갑질금지법이 시행됐는지 아닌지도 모르고 여전히 똑같이 행동하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사적 심부름이 갑질이고, 불법이란 걸 해당 주민이 스스로 알아야 되는데 그런 걸 알려주는 사람이 전혀 없다”며 “갑질을 하는 사람의 태도가 똑같은데 법이 바뀌었다고 갑질을 당하는 경비원이 시키는 걸 거부하겠느냐”고 덧붙였다.

유성구 소재 아파트에서 만난 경비원 B 씨 또한 제초작업을 하고 있었다.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경비원의 낙엽 청소는 허용되지만 제초 작업은 금지된다.

제초작업을 지시하는 이는 없었지만 그동안 반복적으로 해온 업무이기에 B 씨는 똑같이 제초작업을 실시하고 있었다.

B 씨는 “원래 우리가 다 하던 일인데, 손 놓으면 당장 지저분해지는 단지를 누가 관리하느냐”며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해야 되니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치구 관계자는 시설경비 외에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기 위해 시행되는 개정안이기 때문에 경비업체와 아파트 입주민 모두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개정안 위반 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고, 경비업자는 경비업 허가가 취소될 수 있다”며 경비원들에 대한 갑질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됐던 만큼 업체와 입주자 모두가 경비원에 범위 내 업무만 요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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