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지역 폐골판지 가격, 올 초보다 2배가량 상승
코로나19·트럭 동원한 ‘기업형 수거꾼’까지 등장
수거 경쟁 '치열'… 폐지수거 벌이 점점 더 '팍팍'

8일 대전 서구 탄방동에서 한 폐지수거 노인이 모은 폐지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8일 대전 서구 탄방동에서 한 폐지수거 노인이 모은 폐지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폐지 값은 막 오르는데 여기저기서 가만 놔둬? 너도나도 돈벌이 하겠다고 줍고 다니지. 노인네들이 야금야금 모아주던 종이도 이제 즈그들이 팔겠다고 안주는 판국이여.”

구름이 잔뜩 낀 8일 오후, 대전 서구 탄방동에서 폐지를 수거하는 70대 노인 박 씨를 만났다. 10월이지만 이어지는 후텁지근한 날씨 탓에 박 씨의 뒷목은 굵은 땀방울이 연신 흘러내렸다.

그늘진 지하보도 입구에 수레를 잠시 세워 두고 숨을 돌리는 박 씨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는 “날이 더워서 그런 건지, 벌이가 퍽퍽해서 그러 건지 여간 지치는 게 아니다”라며 “원래라면 하루면 모았을 양을 이틀에 걸쳐 모으니 팔러 가는 길에도 힘도 안난다”고 하소연했다.

폐지값은 작년과 비교해 2배 이상 올랐지만 박 씨 말처럼 폐지를 수거하는 이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장사가 신통치 않은 매장들이 평소 내놓는 폐지양이 줄었는데, 오른 폐기 가격 탓인지 너도 나도 폐지 줍기에 뛰어들면서 수거 경쟁이 한층 치열해진 것이다.

자원순환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충남지역 폐골판지 1㎏당 가격은 141원으로, 올 1월 72원보다 2배가량 올랐다. 올해 충남 폐골판지 가격은 △1월 72원 △2월 78원 △3월 83원 △4월 91원 △5월 118원 △6월 128원 △7월 133원 △8월 137원 △9월 141원으로 매달 상승했다.

충북의 골판지 kg당 가격 또한 지난 1월 68원에서 지난달 144원으로 2배 이상 급증했다.

폐지값이 지난해부터 연일 상승세를 보이면서 폐지수거 노인들의 벌이가 나아지는 듯했으나 이 또한 반짝이었다. 폐지값이 빠르게 치솟자 폐지수거에 뛰어드는 이들 또한 늘었기 때문이다. 박 씨는 “앉아서 놀던 양반들도 용돈벌이 하겠다며 야금야금 폐지수거에 욕심을 내니 폐지수거를 생계로 하는 사람들만 애가 탄다”며 “수레를 다 채울 수라도 있으면 다행”이라고 말했다.

8일 대전 중구 은행동에서 한 폐지수거 노인이 모은 폐지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8일 대전 중구 은행동에서 한 폐지수거 노인이 모은 폐지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같은 날 중구 은행동 번화가에서 만난 김 씨 또한 이틀에 걸쳐 틈틈이 모은 폐지를 정리하고 있었다. 폐지가 많이 나올 때야 으능정이 거리를 한 바퀴만 돌면 수레가 가득 찼는데 최근엔 선화동 방면 뒷골목까지 샅샅이 돌아다녀야 비슷한 양을 모을 수 있다고 했다.

오전과 오후 하루 두 번 고물상에 들려 수거한 폐지를 팔던 과거와 달리 이젠 하루 한 번도 들를까 말까 하다고 하소연했다.

폐지값은 2배로 올랐지만 김 씨가 손에 쥐는 돈은 1만원 남짓으로, 전과 차이가 없다. 그는 “코로나19로 발길이 줄어서 가게에서도 물건 자체를 적게 들여온다. 그만큼 종이상자도 도통 나오질 않는다”며 “늙은이가 아침잠은 없으니 동 틀 때 나와서 여기저기 돌아다녀 봐야지 별 수 있느냐”고 말했다.

업계에선 폐지값 급증으로 트럭을 동원해 대규모 수거를 하는 ‘기업형 수거꾼’까지 등장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덕구 신탄진동의 한 고물상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일감이 없는 일용직 종사자들이 작은 용달차를 끌고 다니며 대량으로 폐지 줍기에 나서기도 한다”며 “폐지값이 오르니 비교적 젊은 50대도 폐지수거에 나서면서 어르신들이 예전보다 폐지 모으기가 힘들어졌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