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경찰제 시행 100일… 안정적 정착 ‘여전히 먼 이야기’
"지역 맞춤 활동 하고 있나?" 획기적인 지역맞춤형 시책 필요
'무늬만 자치경찰' 지적도… 궁극적 목표, 국가·사무경찰 이원화

[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현 정부의 핵심 공약인 자치경찰제가 시행 100일을 맞았으나 여전히 제 기능을 하지 못한 채 공회전하고 있다.

자치경찰제가 본래 취지에 맞는 안정적 정착을 위해선 그간 본청 중심의 치안체계에서 실시하지 못했던 지역맞춤형 시책 발굴과 국가경찰과 사무경찰의 이원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대전지역 일선 경찰 사이에선 지난 7월 본격 시행된 자치경찰제의 안정적 정착은 ‘여전히 먼 이야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치경찰제는 지자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설치·유지·운영에 관한 책임을 지자체가 담당하는 제도다. 기존 경찰권이 중앙집권식 국가경찰로 운영되다보니 전국적으로 획일화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해 지역 현실과 다소 동떨어졌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취지기도 하다.

다만 일선 경찰들 사이에선 자치경찰제 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시행 초기와 같은 문제를 거듭하고 있다는 의견이 많다.

가장 먼저 자치경찰의 업무 결정 단계가 늘어나 신속 대응이 불가능한 점이 문제다. 현재 자치경찰 업무는 국가 경찰위원회가 시‧도별 자치경찰위원장에 안건을 내리면 시‧도별 위원회에서 회의를 통해 안건을 채택한다. 지휘 권한이 없는 시‧도별 자치경찰위원회는 채택된 안건을 해당 지역 경찰청장에게 전달해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일각에선 이런 문제의 원인이 자치경찰과 기존 경찰 조직을 분리하지 않은 ‘일원화된 자치경찰제’의 한계라는 주장이 나온다.

자치경찰, 국가경찰을 분리해 각각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별도 조직 신설 없이 자치경찰위원회와 경찰이 함께 자치경찰제를 이끌다 보니 상호 간 협의과정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자치경찰이 경찰조직에 소속된 일원화모델이 자체경찰 도입의 잡음을 줄일 수는 있지만 궁극적인 자치분권과는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4월 29일 대전시청에서 대전시 자치경찰위원회 시범운영 출범식이 열렸다. 사진=이경찬 기자
지난 4월 29일 대전시청에서 대전시 자치경찰위원회 시범운영 출범식이 열렸다. 사진=이경찬 기자

한 경찰 관계자는 “이원화모델이 겪어야 하는 기존 경찰들의 지방직 전환, 자치경찰을 위한 지구대, 본청 등 근무지 신설 등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를 줄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러한 구조는 지역실정에 맞춘 온전한 자치분권은 불가능한 ‘무늬만 자치경찰제’”라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 자치경찰제 시행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그동안 본청에서 마련하지 못했던 지역밀착형 시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지역마다 치안 상황이 다른데 코로나19 방역점검 등 보편적으로 시행하는 치안활동을 시민이 원하진 않을 것”이라며 “자치경찰제가 경찰만 아는 허울뿐인 잔치가 되지 않으려면, 좀 더 획기적인 지역밀착 시책을 통해 시민을 납득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 자치경찰위원회는 이원화모델 구축 등 자치경찰제의 방향성에 대해선 정치권, 본청 등과 각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의 면밀한 논의를 진행하겠다고 설명한다. 주민밀착형 시책을 만들기 위해 시민 의견 청취, 관련 서비스를 적극 발굴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익중 시 자치경찰위원회 사무국장은 “과거 시민들이 절도, 강도에 대한 우려를 많이 했다면 최근엔 학교폭력‧성범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전시민이 우려하는 부분을 파악하고 이에 맞는 시책을 준비 중”이라며 “현재 자치경찰제가 과도기적 단계이기 때문에 현장 경찰들에게선 혼선이 있을 수 있으나 안정적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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