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뚝 끊긴 중고매장… 적막함 달래기 위한 TV소리만
팔리지 않는 업소용 냉장고, 70만원→40만원으로 가격 '뚝'
젊은 층은 온라인으로 직거래… 업주 "가게 유지만 바랄 뿐”

1일 대전 중구 은행동에 위치한 중고물품 판매업소에 업소용싱크대가 쌓여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1일 대전 중구 은행동에 위치한 중고물품 판매업소에 업소용싱크대가 쌓여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얼마나 가겠나 싶더니 코로나19가 2년이 다 되가네요. 그동안 자영업자가 줄줄이 폐업하다보니 업소용 제품들도 나가지도 않고 쌓이기만 합니다.”

1일 오후 대전 중구 일대의 한 중고매장거리. 이날 방문한 한 중고제품 판매점 앞에는 주방용 싱크대가 가득했다. 손님들로 북적여야할 매장는 주인이 적막함을 달래기 위해 틀어 놓은 TV 소리만 들렸다.

코로나19 장기화로 폐업하는 가게가 많다보니 업소용 물품이 대부분인 중고매장은 주인을 찾지 못한 재고만 쌓이고 있다. 매장 업주는 매일 아침 일찍 가게 문을 열지만 하루 1~2명의 손님이 전부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은행동에서 주방용품 판매업을 하는 A(66) 씨는 “원래 여름철이면 제빙기가 불티나게 팔려야 되는데 추석이 끝나도록 찾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물품이 오랫동안 사람 손을 안타면 상하는데 이러다 고물상에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예년이라면 1~2개월 주기로 거래됐던 냉장고, 제빙기 같은 제품들은 올해의 경우 9개월째 자리로 지키고 있다. 

그래도 스테인리스로 된 싱크대야 괜찮지만 문제는 전자제품이다. 전자제품은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제품에 누수가 생겨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중고매장 업주들은 어쩔 수 없이 물품 단가를 낮춰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70만~80만원에 거래됐던 업소용 냉장고는 최근 40만~50만원 사이까지 떨어졌다. 

1일 대전 중구 은행동에 위치한 중고물품 판매업소에 업소용싱크대가 쌓여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1일 대전 중구 은행동에 위치한 중고물품 판매업소에 업소용싱크대가 쌓여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인근 다른 매장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 매장에선 팔리지 않은 업소용 싱크대 작업대를 가게 밖 도로까지 겹겹이 쌓아 놓은 상태였다.

매장 주인인 B 씨는 “이번 달 판매 건수는 손에 꼽히는데, 영업용 싱크대 하나당 5~7만원 사이”라며 “이 정도 매출로는 월세도 안 나온다”고 말했다.

이번 달은 추석연휴까지 겹치면서 중고매장을 찾는 발걸음이 더욱 뜸해졌다. 최근엔 온라인 중고사이트가 활성화되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더욱 외면 받고 있다.

중고거래 앱 헬로마켓의 집계 결과 지난해 3·4분기에 ‘폐업’, ‘가게정리’ 키워드로 등록된 중고제품은 전년 동기 대비 115% 급증했다. 최근 개업한 음식점은 주로 배달, 소규모 카페가 다수인데 젊은 사람들은 직접 온라인중고거래사이트에서 물건을 사고팔기 때문에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중장년층에 한정된다.

B 씨는 “오늘도 아직 첫손님도 없었다. 이젠 수익을 올리기보단 가게를 접지 않고 유지라도 할 수 있는 수준이면 행복한 수준”이라며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 거리두기가 완화된다고 하니, 올 연말엔 위축됐던 경기가 살아나기만 기다릴 뿐”이라고 말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