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의 재산 처분 위한 가족의 인감증명서 허위 발급 '여전'
2017년부터 충청권서 253건 적발… 대부분 "불법인지 몰랐다"
가족이라도 예외없이 고발 조치… 무지로 인한 낭패 주의해야

[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 대전 중구에 사는 A 씨는 돌아가신 아버지 명의 차량을 처분하고자 아버지 명의의 위임장을 만들었다. A 씨는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으려다 직원으로부터 사문서 위조죄로 고발될 수 있다는 안내를 듣고 발급을 중단했다. A 씨는 “자식인데 아버지 재산 정리를 위해선 당연히 필요한 절차라고 생각했다”며 “당연히 가족이기 때문에 인감증명서 대리 발급을 신청했는데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건 몰랐다”고 말했다.

A 씨 사례처럼 사망자 물품이나 재산 처분을 위해 가족이 허위로 인감증명서를 발급받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인감증명서는 부동산거래, 금융거래 시 본인을 증명하는 주요 문서인 만큼 가족이라도 동의 없이 대리 발급할 경우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완주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충청권 4개 시‧도의 인감증명 사고 건수는 △2017년 73건 △2018년 66건 △2019년 56건 △2020년 33건 △2021년(6월 기준) 25건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시‧도별로는 충남 81건, 대전‧충북 80건, 세종 12건 순이다.

인감증명 발급 사고 건수가 감소 추세를 보이고는 있으나 사문서 위조는 여전히 일어나는 상황이다. 인감증명 사고 중 대부분은 가족 등이 사망자 인감증명서를 허위 발급한 사례다.

실제 유가족이 사망자의 사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인감증명서를 발급받고 재산 처분에 사용하려다 적발되는 경우가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대전의 한 자치구 민원실. 사진=전민영 기자
대전의 한 자치구 민원실. 사진=전민영 기자

2017년부터 올 6월까지 충청권에서 발생한 인감증명 발급사고 253건 중 90%에 해당하는 228건이 사망자의 인감증명서를 발급하다 적발됐다.

사망자 명의의 위임장 발급은 형법상 사문서 위조죄에 해당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하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가족이라도 사문서 위조죄로 처벌을 받지만 많은 사람이 이런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 허위 발급이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대전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배우자, 자식이라는 이유로 고인의 인감증명서 발급 행위가 불법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시민들도 있지만 이를 악용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며 “복지센터에서는 사망자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으면 고발된다는 안내를 하고, 대리 발급 신청만 해도 경찰에 고발조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3주 전 돌아가신 어머니 통장과 휴대폰을 정리하기 위해 인감 3통을 발급받았더니 일주일 후 사문서 위조로 고발됐다’, ‘아버님이 돌아가시고 차량 매매를 위해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았는데 경찰에서 연락이 왔다’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가족 명의 재산 처분 과정에서 증명서 위조죄 처벌을 피하려면 기본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 제적등본 제출 등을 통한 공식적인 절차를 거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자체에선 사망신고가 접수되면 사망일 이후부터 사망 신고일까지 사망자의 인감증명 발급 여부를 조회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고 있어 대부분 적발된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자치구 관계자는 “인감증명서는 거액의 부동산 거래 등에 이용되는 중요 문서이기 때문에 허위 발급은 명백한 범죄”라며 “부정한 의도가 아니라도 동의 없는 증명서 대리 발급은 고발조치를 당할 수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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