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점검]‘건설 금맥’ 세종시 주택시장
중흥·호반 등 호남업체 장악
단독 공급 충북 원건설 유일
충청 업체 브랜드 파워 취약
기술격차·경쟁력 악화 등 원인

[충청투데이 이승동 기자] 충청권 건설업계가 지역 주택시장(민간분양) 패권을 타 지역 업체에게 내주며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재개발·재건축 ‘붐’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국내 대형 건설사의 적극적 행보와 1군 대형건설사로의 도약을 노리는 호남권 등 타 지역 업체들의 전략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가운데 맥없이 패권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평가다.

특히 건설업계 금맥(金脈)으로 통하는 세종시 공동주택건설 시장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는 점이 불편한 진실로 꼽힌다.

주택 20만호 건설로 계획된 세종 행복도시(동지역)는 현재까지 공공(임대포함)·민간분양을 통해 11만 5000가구 공급이 이뤄졌고 8만가구 공급을 앞두고 있다.

세종시가 최근 공개한 세종 공동주택 분양실적 세부내역(지난해 12월말 기준)을 보면, 2010~2020년 10년간 세종에서 이뤄진 민간분양 물량은 8만 1190가구다. 전국 50여개 중대형 건설사가 공급을 책임졌다. 중흥건설은 세종에서만 1만 3789여가구를 공급했다. 이어 △한양(5449가구) △롯데·신동아(3647가구) △대우 외 3개사(3171가구) △현대건설 외 2개사(3100가구) △한신공영(3010가구) △호반건설(2817가구) △대우건설(2592가구) △한신제일(2510가구) △제일건설(2417가구) △모아건설(2340가구) △이지건설(2013가구)이 2000가구 이상 공급 건설사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단독 공급(주복 제외)에 성공한 충청권 지역 업체는 충북 대표 건설사 원건설 뿐이다.

중앙 대형 건설사나 타 지역 업체가 사실상 행복도시 주택건설 시장을 장악한 셈이다. 지역 대표 건설사인 계룡건설과 금성백조는 중앙 대형건설사와 손잡고 소규모 물량을 공급하는 데 그쳤다.

충북 지역 건설사인 원건설이 독자적 공급(1생활권 555세대)에 성공했다는 점은 상당히 고무적이고 대원건설, 두진건설 등 다른 충북 업체들이 연이어 자체개발 사업(300가구 이상)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도 눈여겨볼만 하다.

중흥, 호반, 제일 등 호남지역 건설업체의 공격적 주택사업 진출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 건설사가 거머쥔 공급물량은 2만여가구에 이르며 매출은 수조원에 달한다. 중흥건설의 시장 장악력은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중흥은 지난 2012년 세종시 출범 원년 1-3생활권 공동주택 공급(866가구)을 시작으로 지난해까지 1만 3789가구를 공급했다. 전체 공급물량의 17%를 중흥이 단독으로 거머쥔 셈이다. 업계는 지역 건설사가 충청권 주택 건설시장에서 맥을 못추는 이유로 취약한 브랜드 파워와 기술격차, 주택시장 도전업체 실종, 경쟁력 약화 등을 꼽고 잇다.

지역 M건설사 대표는 “관급공사에 의존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볼품 없는 시공능력으로 PF를 일으킬 수 있는 건설사는 극소수에 불과하다”면서 “건설은 금융이다. 주택사업 진출을 통해 시공능력 및 기술력을 키우는 업체가 하루 속히 등장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역시 중앙 빅5 건설사가 장악했다. 지역업체가 단독수주에 성공한 곳은 도마·변동6구역(계룡건설), 홍도동1구역(다우건설), 가양7구역(다우건설) 등 단 3곳 뿐이다. 그 외 사업장은 대형 건설사가 독식했다.

지역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5곳의 사업장에선 지역 건설업체가 대형 건설사와 컨소시엄으로 참여하고 있다. 대전 재개발·재건축 시장은 수도권 대형건설사 간 ‘그들만의 리그’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이승동 기자 dong79@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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