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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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우리 정부의 활동을 지원해온 아프가니스탄인 협력자와 그 가족 390명이 지난달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우리 정부가 이들의 국내 장기체류를 보장하기로 했지만, 타국으로 피난 온 그들의 얼굴에서 나라를 잃은 절망감을 지울 수는 없었다. 아프간은 미군이 철수를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손아귀에 완전히 넘어갔다.

국제사회는 50년 전 베트남 공산화의 악몽을 떠올렸다. 우리나라는 북한과 같이 가장 호전적인 세력과 대치하고 있으면서 미국과 긴밀한 안보협력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 아프간 정부군의 붕괴와 베트남의 패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미국은 지난해 전쟁 종식과 14개월에 걸쳐 미군의 단계적 철수 등의 내용으로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체결했지만 휴지 조각이 됐다. 베트남전 당시에도 5년여의 협상 끝에 미군 철수와 전쟁 포로 송환 등을 담은 '파리협정'이 맺어졌지만 결과는 베트남의 공산화로 끝났다.

결국 두 사례에서 보듯이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은 절대로 실제 평화를 담보해 주지 않는다. 지난 7월 여권 의원 173명은 북한과 평화협정 전 단계인 종전선언을 위한 결의안을 발의했고,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저지르고, 최근에는 남북연락사무소 폭파까지 하는 등 숱한 도발을 자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뚱맞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아프간 사태는 스스로를 지킬 의지가 없는 나라의 국방력은 '사상누각(沙上樓閣)'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프간 정부는 미국으로부터 750억 달러(88조 원)에 달하는 첨단 무기 등 을 받았지만, 정규군 30만 명 중 실제 5만 명만 존재한 '유령군대'는 미군 철수 100일도 넘기지 못하고 탈레반에 항복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국의 지원을 받은 남베트남도 북베트남보다 항공기 900대, 함정 1400대 등이 더 많아 압도적인 전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미군의 철수 이후 급속도로 패망하고 말았다.

우리나라에는 2만 8000여 명의 주한미군이 주둔하며 각종 전략자산을 운용하고 있어 미국이 한반도 전쟁 억제력의 한 축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현 정권은 북한 눈치 보기에만 급급해서 한미 연합훈련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고, 우리 군은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않는 '사이버 군대'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이런 상황에도 여당 대표라는 사람이 "북한은 모든 무기 체제가 낡아 남침할 능력이 없다"라며 안보불감증까지 조장하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고대 로마의 전략가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북한에 구걸하는 가짜 평화 이벤트는 중단하고 우리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실전형 군대를 육성해야 한다. 아울러 한미 연합훈련 재개 등을 통해 한미동맹을 공고하게 하는 길 만이 우리를 지키는 길이다. 얼마 전 천안함 폭침 희생자 고(故) 김태석 원사의 딸 김해나 양이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해군 장교의 길을 택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라를 지키려는 젊은이들의 굳건한 정신이 아직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은 첨단무기가 아니라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의 정신력에 달려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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