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추모공원, 코로나19 확산 막기 위해 추석 연휴 폐쇄 결정
연휴 앞뒤 주말은 30분 예약제 운영… 이미 전 시간 예약 마감
시설 측 "추모객들의 애틋함 이해… 다만 감염 확산이 우선"

9일 대전 서구 괴곡동에 위치한 대전추모공원에 고인에게 전하는 편지가 놓여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9일 대전 서구 괴곡동에 위치한 대전추모공원에 고인에게 전하는 편지가 놓여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아빠, 손자들 사진 보여주러 왔어. 애들이랑 같이 있으니까 이제 외롭지 않지? 자주 못 와서 미안해. 이번 추석에도 못 올 것 같아서 미리 왔어요”

9일 오후 12시경, 대전 서구 괴곡동에 위치한 대전 추모공원. 제3봉안당에서 만난 김 씨는 준비해온 자녀와 손주 사진을 아버지 유골함 옆에 내려놓으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가 계신 납골당을 찾으니 생전 모습이 떠오른 듯 감정이 북받치는 듯 했다.

유리창을 닫아야 한다는 직원의 안내에 김 씨는 다시 한 번 사진을 가지런히 정돈한 후 유골함을 쓰다듬었다. 직원이 유리창이 닫고 자리를 떠난 후에도 김 씨는 한참을 서서 아버지를 바라봤다.

김 씨는 “이번 추석엔 방역 때문인지 추모공원 문을 닫는다고 해서 조금 일찍 들렀다”면서 "아버지가 하늘나라로 가고 처음 맞는 명절이라 가족들 모두 함께 오고 싶었는데 다음을 기약해야할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추석을 10여일 앞둔 때라 크게 붐비진 않았으나, 추모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대전 시설관리공단이 이번 추석 연휴기간 동안 코로나19 방역대책의 하나로 추모공원 봉안당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면서 미리 그리운 이들을 찾은 사람들이다.

시설관리공단은 대전추모공원엔 명절마다 하루 평균 1만 5000명의 추모객이 몰리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연휴 전후 주말인 11일, 12일, 25일, 26일 4일 간은 사전 예약자만 입장 가능하다. 하루 270가족(약 1080명)이 봉안당을 방문할 수 있는데, 이날 오후 3시 30분을 기준으로 4일 모두 전 시간대 예약이 마감된 상태다.

9일 대전 서구 괴곡동에 위치한 대전추모공원에 추석연휴 간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9일 대전 서구 괴곡동에 위치한 대전추모공원에 추석연휴 간 운영 중단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9일 대전 서구 괴곡동에 위치한 대전추모공원을 찾은 추모객들이 발열체크, 출입명부 작성 등을 실시하고 입장하고 있다. 사진=전민영 기자
9일 대전 서구 괴곡동에 위치한 대전추모공원을 찾은 추모객들이 발열체크, 출입명부 작성 등을 실시하고 입장 중이다. 사진=전민영 기자

이날 봉안당에서 만난 추모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그리운 이들을 추모했다. 어떤 이들은 자주 찾아오지 못해 미안하다며 눈물짓고, 애정 어린 손길로 유리창을 어루만졌다.

납골당 앞에 매달아 놓은 노트에 편지를 적기도 하고, 유골함 앞에 주저앉아 하염없이 바라보는 사람도 있었다. 코로나19가 명절에 있을 이들의 만남마저 갈라놓으면서 미리 명절 인사를 하기 위한 애틋함이 곳곳에 묻어 있었다.

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그리운 이들을 찾고 싶은 추모객들의 마음도 이해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며 “명절연휴 대신 주말엔 사전 예약을 통해, 평일엔 자유롭게 추모공원을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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