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지 명예기자

중년 남성들과 요리모임을 함께 하고 있다. 강사가 조리를 지도하고 살피며 참여자가 직접 요리하는 모임이다. 참여하는 남성들은 서툴지만 스스로 해보려고 노력한다. 얼마 전 사회복지 현장 실습생이 함께 요리모임 진행을 도와주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광경이 펼쳐졌다. 실습생이 참여자의 칼과 재료를 가져가 대신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가 썰어 드릴게요", "대신 다듬어 드릴게요"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까지 도와주려는 모습을 보였다. 돕겠다는 선한 마음이 앞서는 것은 이해하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부분까지 돕고 있었다.

이 사례를 보며 사회복지사나 자원봉사자가 지역에서 주민과 함께할 때 충분히 잘해왔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대신하려는 모습이 있지 않나 돌아본다. 반찬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 어르신 댁을 방문해서 상담할 때가 있다. "혼자 있으면 대충 물 말아서 먹어." 사회복지사는 처해있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반찬 제공을 결정한다. 예를 들어 이들 중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반찬을 제대로 먹지 못하여 혼자 끼니를 라면으로 해결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에게 반찬을 전달하면 당장에 끼니는 해결할 수 있지만 동시에 스스로 조리할 수 있는 잔존기능까지 빼앗고 있다.

'사회복지사는 사회정의 실현과 클라이언트의 복지 증진에 헌신하여 이를 위한 환경 조성을 국가와 사회에 요구해야 한다.' 사회복지사 윤리강령에는 클라이언트의 복지 증진에 헌신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복지를 증진하는 모습에서 마치 우리가 모든 것을 다하려는 모습은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을 수동적이고 수혜적인 입장으로 만든다. 지역사회와 주민이 잘해온 일을 찾고 그 일로 복지를 이룰 수 있게 돕는 것이 옳지 않을까?

사회복지 현장으로 오면서 지역사회와 주민이 처해있는 어려움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풀지 못하던 실타래 같은 어려움을 지역 내 주민과 자원을 활용해 풀 때면 '이 맛에 사회복지 한다'라고 생각했다. 막힐 것 없이 사회복지 현장을 누볐지만, 때때로 난관에 봉착할 때가 있다. 사회복지사의 자원과 역량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 생겨 답답함이 있었다. 동시에 사회복지사가 해결해주기 원하는 당사자의 모습과 마주쳤다.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사회복지사가 지역주민과 지역사회를 수동적이고 수혜적인 모습으로 만들었다.

끼니 해결이 어려운 어르신에게 도시락을 지원하면 그 집에 밥솥이 3년 안에 사라진다고 한다. 당장 끼니는 해결할 수 있지만, 어르신이 충분히 잘해온 것을 빼앗아 버리는 것이다. 도시락을 전달하는 대신에 비슷한 처지에 있는 주민을 연결해주면 어떨까? 함께 밥을 먹을 사람이 있어서 신이나 반찬을 만들 것이다. 자연스럽게 급식 문제도 해결하고 사람과의 관계도 증진할 수 있다.

사회복지사가 모든 것을 도와주는 것은 큰 실례이다. 모든 것을 다 도와줄 수도 없을뿐더러, 평생을 책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을 대신해서 잘해온 것들을 활용하고 잘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어떨까? 지속 가능한 지역주민과 지역사회의 삶을 위해 든든한 뒷배의 역할로서 사회복지사가 존재하면 좋겠다. 그들의 삶과 마을은 그들이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사회복지사는 드라마 속 주인공의 역할보다는 그들 뒤에서 보이지 않게 구슬땀을 흘리는 스태프의 역할이 옳은 것 같다. 한수지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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