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공기업·공무원 등 눈돌려
지방대 학과개편 등 정원확보 사활

[충청투데이 김희도 기자] 청주 흥덕구에 거주중인 직장인 A(33) 씨는 현재 공공기관 이직을 준비중이다.

경북에 있는 대학을 졸업한 그는 현재 다니는 기업에 취업하기 전에 약 1년 반 동안 수도권에 있는 대기업들에 지원했지만 번번이 서류에서 탈락했다.

천신만고 끝에 청주에 있는 한 기업에 어렵사리 취업했지만 직장 동료와의 갈등으로 결국 1년 반 만에 공공기관 이직을 결심했다. 이전 근무했던 기관에서 6년간 제반 행정업무를 한 경력이 있음에도 대기업 및 중견기업 채용에서 서류탈락을 반복했던 기억이 떠올라 대학 등 스펙을 보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을 하는 공공기관들로 눈을 돌린 것이다.

그는 퇴근 후 휴식, 여가활동 등을 모두 포기한 채 NCS 공부를 하며 힘들게 이직 준비를 한 끝에 최근 서울에 위치한 한 공공기관 공채 필기시험에 합격했지만 결국 최종 면접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A 씨는 여전히 공공기관만을 바라보며 이직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적지 않은 나이인 데다 지방대 스펙으로는 현실적으로 대기업 입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침체 등이 낳은 취업난은 학생들과 취업준비생들에게 상대적으로 수도권 대학에 비해 지방대의 대기업 취업이 어려울 거란 선입견을 품게 했다.

충북에 소재한 일반대에 재학하며 반수를 준비중인 B(25) 씨는 “보건 계열 등 특정학과를 제외한 상당수 졸업생이 고시원에서 공무원 준비를 하는 것 같다. 또 일부 친구들은 휴학하고 공무원 준비에 들어갔다. 이를 보면서 미래에 대한 걱정이 들었다”며 “코로나로 온라인 수업이 많아진 상황에서 인서울 대학 스펙을 만드는 것이 취업에 유리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사창 사거리에 위치한 고시원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C(27) 씨는 “100세 시대에 어렵게 대기업 취업을 해도 정년은 커녕 나이 오십도 넘기기 어렵다는 말을 듣고 애초에 공무원으로 눈을 돌렸다”며 “상황이 이러하자 9급 공무원 시험에도 수도권 대학 출신이 점점 많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충북 지역 대학들의 정원 충족은 올해도 어려울 전망이다.

2018년 57만 661명이던 전국의 고3 수험생 수는 2019년 50만 1616명, 2020년 43만 7950명으로 지속해 감소했다. 올해는 45만 2126명(2020년 기준 고2로 산출)이 입시를 치를 예정이지만 대학 정원 대비 현저히 부족한 인원이다. 게다가 오는 9월부터 진행되는 수시모집에 앞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대규모 입시 행사인 수시박람회가 코로나19로 취소되면서 이들 대학은 입시 홍보에 타격을 입었다.

충북에 소재한 한 대학 관계자는 “지난해 모집에서 저조한 성적을 보인 보건, 바이오 계열 4개 학과의 모집정원 수를 15명 이상 줄였다”며 “다른 대학도 비슷하게 학과개편을 단행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들이 괜찮은 대학이라고 인식할 수 있도록 교육에 최우선을 두고 노력하고 있지만 지방대라는 한계에 부딪히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 좁디 좁은 취업문, 구직에 남녀가 따로 있나요. 5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2018 대전여성 취업·창업 박람회'장을 찾은 한 남성구직자가 채용면접을 받고 있다.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충청투데이DB. 정재훈 기자 jprime@cctoday.co.kr

김희도 기자 huido02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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