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 PM-가정집 옥상 방문>
“옆집이 신고했냐” 거친 항의
갈등 풀고자 설명하고 달래

<9:30 PM-학생들과 추격전>
야외서 파티 벌이다 줄행랑
뒤쫓느라 땀범벅… 결국 잡아

<10:00 PM-모텔 급습>
업주 “따로 들어와 몰랐다” 눈물
단속반 “이럴때 제일 마음 아파”

▲ 10일 오후 10시경 사적모임 인원제한을 위반한 대전 서구 둔산동의 한 숙박업소 주인이 진술서를 작성하고 있다.
▲ 10일 대전 서구 김 모 주무관이 코로나19 관련 방역수칙 위반 신고를 접수받고 있다.
▲ 10일 오후 9시 30분경 대전 서구 변동그린공원에 일명 '수능 100일파티'를 연 고등학생 10여명이 사적모임 인원제한 위반으로 적발됐다. 사진은 현장 모습. 사진=전민영 기자

[충청투데이 전민영 기자] “아니 누가 신고를 했죠? 늦둥이가 군대 휴가를 나와 가족끼리 삼겹살 좀 먹었는데 대체 뭐가 문제라고 가정집까지 신고를 합니까?”

10일 오후 8시경, 대전 서구 당직실에 ‘한 가정집에서 5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사적모임을 한다’는 인원제한 위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신고를 접수한 코로나19(이하 코로나) 방역수칙 위반 단속반이 직접 현장을 찾았다.

현장에는 가족 3대가 모여 주택 옥상에서 식사를 하는 중이었다. 확인결과 이들은 ‘거주 공간이 동일한 가족’으로 판명돼 방역수칙 위반에서 제외됐다. 다만 구청 공무원인 단속반이 방문 목적을 설명하자, 가족들은 “신고자가 누구냐? 옆집에서 신고를 했느냐”며 거친 항의를 이어갔다.

김 주무관은 “인근 거주자가 위반사항을 신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웃 간 의심하는 상황이 자주 생긴다”며 “자세한 설명 없이 빠져 버리면 이웃 간 감정의 골만 깊어질 수 있어 충분히 설명하고 달래드리는 것도 단속반이 할 일”이라고 토로했다.

같은 날 오후 9시 30분경 변동 근린공원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음식을 먹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단속반이 다가가자 이를 눈치 챈 이들은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공원 내 정자엔 10여명이 먹은 것으로 보이는 음식물이 남아있었다.

알고 보니 이들은 인근 고등학교를 다니는 3학년 학생들로, 수능 100일을 앞두고 일명 ‘100일 파티’를 연 것.

이때부터 달아나는 학생들과 이들을 뒤쫓는 단속반의 추격전이 시작됐다. 다급한 발소리와 함께 “뛰지 마라. 넘어진다”고 소리치는 김 주무관의 목소리가 몇 차례 들린 후 거친 숨을 몰아쉬며 단속반과 학생 3명이 멈춰 섰다.

학생들의 신상정보 확인하는 조치를 끝낸 김 주무관의 온몸은 이미 땀범벅이 돼 있었다.

흐르는 땀이 식기도 전, 이번엔 둔산동의 한 모텔에서 사람들이 모여 술을 마신다는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곧바로 현장에 도착해 확인해보니 남성 4명이 한 방에 모여 술을 마시고 있었다.

2인 이상 집합금지를 어겨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받아야 하는 모텔 주인은 “코로나 때문에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면서 억지로 버텨왔다”며 “해당 호실도 1명이 먼저 들어온 후 따로따로 들어와서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고 행정처분에 대한 울분을 토했다.

땀과 눈물이 뒤섞여 호소하는 사업주와 1시간이 넘는 실랑이 끝에 진술서를 받은 김 주무관은 편의점에서 생수 한 통을 단 번에 비우고 한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그는 “코로나로 모두가 힘들다. 그걸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방역수칙을 위반한 업주들에게 진술서를 받아내는 것이 감정소모가 제일 크다”며 “어려운 상황을 견디는 영세한 사업주들을 위해서라도 제발 시민들이 방역수칙을 지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하루가 답답하다고 한 일탈로 100명, 200명의 추가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며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할 수 있도록 모두가 협조해줬으면 하는 바람뿐”이라고 강조했다.

전민영 기자 myje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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