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호 대전시 문화유산과장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여름철 유례없는 폭우가 종종 발생한다. 대전도 지난해 여름 극심한 집중호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은 다가왔다. 지자체에서는 침수 피해를 예방하고자 파손된 담장을 복구하고 배수가 원활하도록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 같은 수해를 대비한 치수사업은 농업과 도시계획에 있어서 중요하다. 농작물의 생장과 사람의 주거환경에 물이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마을이나 국가 차원에서 홍수와 가뭄 피해를 대비하여 보나 저수지를 만들고 하천에 둑을 쌓는 등의 치수사업을 전개했다. 조선 현종 대에는 제언사라는 수리행정을 담당하는 관청을 두어 중앙관과 지방관이 둑을 감독하도록 했다. 정조 대에는 제언절목이라는 둑·저수지 수축 및 관리 규정을 제정해 각 도에 내려 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치수대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는 조선정부가 치산치수(治山治水)의 노력을 하지 않아 홍수가 나고 재해가 반복된다고 비판했다. 일제는 수해를 근절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일관된 치수정책을 수립하지 못했다. 1920년대 가서야 하천개수사업을 실시했는데 일부 구역에 제방을 쌓는 식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호언장담처럼 범람 피해를 줄이는 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대전 시가지도 대전천과 대동천이 관통하여 수해 피해가 자주 발생했던 지역이었다. 그래서 대전천 주변은 잦은 범람과 저습지가 많아 조선후기까지 취락이 발달하지 못했다. 그러다 1905년 대전역이 개설되면서 대전천 주변에 시가지가 형성됐고 주로 일본인이 거주했다. 일제는 이들을 위해 수해 피해를 줄이고자 대전천에 둑을 쌓고 하수로를 설치했다. 또한 대동천 범람을 막기 위해 시가지 뒤로 우회하도록 물길을 바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기적으로 수해가 발생하고 제방이 무너지곤 했다.

해방 이후에도 제방축조를 비롯해 호안·교량·취입보 설치 등 하천정비사업을 시행해 수해를 막고자 했다. 꾸준히 하천정비사업을 전개한 결과 2014년 기준 국가하천 96%, 지방하천 75%로 제방축조가 완료됐다. 그러나 오늘날 기후변화로 폭우의 규모와 빈도가 매번 기록적으로 갱신되는 등 환경여건이 변하면서 제방 이외의 치수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일례로 대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구하도복원 및 천변저류지 조성을 통한 하천홍수터 확보 등이 일부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이제 범람을 막는 제방뿐만 아니라 범람 후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책에도 관심을 가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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