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구화지문(口禍之門)이라는 말이 있다.

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 된다는 뜻이다.

자연재해와 뜻밖의 실수로 인한 재앙을 제외하고 나면 모든 재앙의 최초 금원은 탐진치(貪嗔癡)를 벗어나지 못한다.

즉 끝없는 욕심, 성냄, 그리고 어리석음이 불러오는 재앙(폭력·살인·자살 등)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빈번히 발생한다.

탐진치를 끊어 내면 그만이라고는 하나 그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것이 사람으로 태어난 우리네 운명이 아닐까 싶어진다.

당(唐)나라가 망하자 천하는 불과 50여 년 만에 다섯 번이나 주인이 바뀌는 혼란을 겪었는데 이 시기를 오대(五大)라 일컫는다.

이런 난세에서도 풍도(馮道)라는 정치가는 박학다식(博學多識)하고 후덕(厚德)한 인품으로 후당 때부터 입신(立身)하기 시작해 오대에 이르는 왕조의 부침(浮沈)에도 아랑곳없이 높은 벼슬을 유지했다.

그는 고위직으로만 30년 이상 지냈고, 재상을 지낸 기간만 해도 20년이 넘었다. 당(唐) 시대의 시(詩)를 모아 엮은 전당시(全唐詩)에는 풍도가 지은 ‘설시(舌詩)’라는 제목의 시가 실려 있다.

구시화지문(口是禍之門):입은 재앙을 불러들이는 문이요. 설시참신도(舌是斬身刀):혀는 몸을 자르는 칼이로다. 폐구심장설(閉口深藏舌):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안신처처로(安身處處牢):가는 곳마다 몸이 편하리라.

입은 재앙을 부르는 근본임으로 말조심을 하라는 뜻인데, 풍도는 이시에서처럼 말조심을 처세의 기본으로 삼아 난세에서도 영화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팔괘 중에서 입(口)을 상징하는 것은 태괘(兌卦)인데, 태는 사람이 입을 열러 기뻐 웃는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입은 음식을 섭취하는 문이기도 하지만, 한 번 발설된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으며, 따라서 온갖 시비를 일으키는 근원이 되기도 하므로 입을 상징하는 태괘는 하나의 음기(陰氣)가 두 개의 양기위에 올라서서 가볍게 떠다니는 모양새이다.

아무튼 태괘가 나온다면 늘 ‘구화지문(口禍之門)’을 상기하면서 입방아 찧거나 손가락질받을 일을 범하지 않도록 최대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국전서예초대작가및전각심사위원장·청곡서실 운영·前 대전둔산초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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